
이달 말 임기가 종료되는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사실상 직 사퇴를 거부했다. 각종 당 개혁 과제를 마무리한 후 9월 초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당권을 이임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16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친윤계와 김 비대위원장 간의 당 주도권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과정 진상 규명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100% 상향식 공천 실시 등을 당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비대위 체제가 아니라 선출된 당대표 체제로 치르는 것 자체가 보수 재건과 지방선거 성공을 위한 당면 목표가 될 것”이라며 “9월 초까지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대선 후보를 부당하게 교체하고자 했던 과정의 진상을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부과하겠다”면서 “후보 교체 파동은 대선 국면에서 당원과 지지층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으로서 당무감사권을 발동해 이 사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 권영세 당시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계 지도부는 새벽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한 전 총리로의 ‘후보 강제 교체’를 시도한 바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골자로 하는 당 개혁안도 내놓았다.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은 관용하되 당내 선출직 공직자를 포함한 주요 당직자들이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경우엔 당 윤리위에 회부해 엄중한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지방선거에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의 경우 예외 없이 100% 상향식 공천을 실시해 제2의 계엄, 제2의 윤석열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론이 특정 권력자나 특정 세력 주장과 이익을 옹호하지 않고 보편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당론 형성 과정에 당심과 민심을 반영하고 이 과정을 기록화하는 당론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면서 “줄 서는 정치를 청산하고 원칙 있는 정치로의 전환을 위해선 공천권을 당원과 유권자에게 완전히 돌려드리는 개혁을 해야 한다. 이게 제2의 계엄, 제2의 윤석열을 막는 길이다”라고 피력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로 당 개혁안과 전당대회 준비 등을 들어 사실상 임기 연장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임기에 대해 “당을 살릴 수만 있다면 당헌당규에 따라 제게 주어진 권한들을 전부 검토하겠다”면서 임기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김 비대위원장은 “빨리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게 중요하지만 당내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후 실시하는 것이 혼란을 막고 국민의힘을 자유민주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길”이라며 “개최 시기 결정은 비대위의 의결 사항”이라고 했다.
오는 16일 선출될 신임 원내대표와 관련 사항을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선출되는 분으로 교섭단체장으로서 역할이 있는 것이고, 비대위원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전국위원회에서 의결을 받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본인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이 당 개혁과제를 발표하면서 친윤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만큼 당장 내일(9일)로 예정된 의원총회부터 친윤계 인사들과 충돌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원내대표 선거 유력 후보군으로는 김기현·나경원 의원을 포함해 김도읍·김성원·김상훈 의원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