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보고 영월, 살목지 보고 예산 찾는다...스크린 밖으로 나온 관광

왕사남 보고 영월, 살목지 보고 예산 찾는다...스크린 밖으로 나온 관광

영월 23만명 몰리고 문경 59% 늘었다…영화 한 편에 움직인 관광
86만 본 ‘살목지’에 예산도 들썩…관객 발길 지방으로

기사승인 2026-04-16 11:00:10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영화 흥행이 실제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단순히 촬영지를 ‘찾아가는’ 수준을 넘어, 영화 속 장면과 분위기를 현장에서 재현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소비 양상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흥행작인 왕과 사는 남자를 계기로 단종 유배지인 영월과 주요 촬영지인 문경새재 일대에 관람객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콘텐츠가 지역 관광을 견인하는 ‘스크린 투어리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수치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영월군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4월5일까지 청령포와 장릉을 찾은 누적 관광객은 23만9284명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방문객(26만3327명)의 90.9% 수준이다.. 같은 기간 관광 수입도 4억7753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수입(4억5671만원)을 이미 넘어섰다. 

최근 유가 상승 등으로 국내 여행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나타난 이례적 증가세라는 점에서, 영화 흥행이 직접적인 유입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광천골 촬영지인 일지매 산채. 문경시 제공

지난달 영월을 찾은 직장인 조모(32)씨는 “영화를 보고 나니 단종이 머물렀던 장소를 직접 보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며 “청령포에 들어가보니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르면서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그냥 관광지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며 “영화를 보고 와서인지 더 몰입됐다”고 전했다.

촬영지 역시 관광 콘텐츠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로 주목받으며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월부터 3월22일까지 문경새재 방문객은 3만764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다. 문경관광공사는 이를 두고 영화 흥행 이후 촬영지를 찾는 ‘스크린 투어’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지자체도 이에 맞춰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문경시는 3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중심으로 오픈세트장 내 사정전에서 무료 한복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실내 촬영 중심의 제한적 체험에 그쳤다면, 올해부터는 한복을 입고 세트장과 문경새재 일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촬영할 수 있도록 방식을 확대했다. 단순 관람을 넘어 ‘조선시대 공간을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관광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영화 ‘살목지’ 스틸컷. 

공포 장르 역시 체험형 관광 수요를 자극하는 또 다른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영화 ‘살목지’ 흥행 이후 충남 예산 일대에는 작품 속 공간을 직접 확인하려는 방문객이 늘며, 이른바 ‘체험형 스크린 투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 촬영지 방문을 넘어, 영화 속 분위기와 상황을 현장에서 재현하려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극과는 또 다른 방식의 관광 유입으로 읽힌다.

흥행 성적도 빠르게 수요를 자극했다. ‘살목지’는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86만2332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입소문이 확산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온라인에서는 ‘새벽 3시 살목지 상황’ 등 제목으로 차량들이 줄지어 진입하는 모습이 공유되며, 실제 방문 흐름이 SNS를 통해 확산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X(전 트위터) 갈무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살목지가 위치한 예산군 광시면의 외지인 방문객 수는 예고편 공개 이후 평일 평균 1600명, 주말 평균 3100명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했다. 예산군 역시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살목지’를 패러디한 지역 특산물 홍보 영상을 게시하는 등 콘텐츠 연계 홍보에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영화가 단순 소비 콘텐츠를 넘어 지역 방문을 유도하는 ‘관광 인프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콘텐츠를 본 뒤 실제 장소를 찾아가 체험하려는 수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사극은 체류형 관광으로, 공포 장르는 체험형·인증형 관광으로 이어지는 등 장르에 따라 소비 방식도 분화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또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국내 관광 플랫폼 관계자는 “영화 흥행으로 유입된 방문객을 지역에 머물게 하려면 촬영지 중심의 동선 설계와 체험형 콘텐츠, 숙박·식음 연계 상품까지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콘텐츠와 공간을 단순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전체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관광 효과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