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고용량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최신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치료 초기에 체중이 빠르게 줄어든 환자군에선 30%에 가까운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노보노디스크는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CO 2026)’에서 위고비 고용량 제품 7.2㎎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임상에서 위고비 7.2㎎ 투여 후 24주 이내 체중을 15% 이상 감량한 ‘조기 반응자’ 그룹은 72주 차에 평균 27.7%의 체중 감량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인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최대 용량 15㎎ 투여 시 같은 기간 나타난 체중 감량 효과 22.5%를 웃도는 수치다.
조기 반응자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군에서도 의미 있는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이 그룹은 72주 차에 평균 15.4%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 초반 감량 속도가 늦더라도 치료를 지속할 경우 상당한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된 위고비 최대 용량은 2.4㎎이다. 이번에 공개된 7.2㎎ 제품은 기존 최대 용량보다 높은 고용량 제형이다.
드로르 디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의대 교수는 “비만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며 “초기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량을 달성하는 만큼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할 때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의 질도 주목된다. 노보노디스크는 MRI(자가공명영상)를 통해 임상 대상자 중 55명의 신체 구성을 분석한 결과, 고용량 위고비로 감소한 체중의 84%가 지방으로 확인됐다. 특히 복부 내장지방은 30% 이상 줄었고, 근육 내 지방도 감소해 전반적인 근육의 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량은 기준치 대비 약 10% 줄었다. 다만 실제 근력을 평가하는 ‘앉았다 일어서기’ 등 신체 기능 테스트에선 위약군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경구용 위고비의 임상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 먹는 위고비로 불리는 ‘위고비 필’ 25㎎은 ‘OASIS 4’ 임상에서 조기 반응자 기준 64주 만에 21.6%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는 릴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오르포글리프론’ 36㎎보다 높은 수치다. 소화기 부작용으로 인한 복용 중단 가능성은 오르포글리프론과 비교해 약 14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폐경 단계와 관계없이 일관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STEP UP’ 임상 사후분석 결과, 위고비 7.2㎎은 폐경 전·이행기·후 여성에서 19~23%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감량 효과는 폐경 전 여성에서 가장 컸으며, 허리둘레 감소도 모든 그룹에서 확인됐다.
‘SELECT’ 임상 사후분석에선 비만과 심장질환을 동반한 폐경 이행기·후 여성을 대상으로 위고비 2.4㎎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평가했다. 두 그룹 간 차이에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연구진은 폐경 이행기에 위고비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향후 심혈관 위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실사용 연구 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폐경기 여성 3만4000명 이상을 1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위고비 단독 투여군은 호르몬 치료(MHT) 단독군보다 편두통과 우울증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비만은 만성 편두통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편두통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약 3배 더 흔하게 나타난다.
여성 비만 부담은 폐경 전후로 크게 가중된다. 폐경 이행기의 호르몬 변화는 복부 지방 축적과 대사 이상을 유발하며, 이 시기 여성의 심장마비 위험은 남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높아진다. 에밀리아 후비넨 헬싱키대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 관련 체중 증가와 대사 이상은 여성의 장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비만 연구에서 가장 소홀히 다뤄진 분야였다”며 “위고비는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 결과까지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