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국내 바이오텍 육성 인프라 구축에 나선 일라이릴리가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간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혁신을 가속화 해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공중 보건 증진에 힘쓰겠다는 목표다.
존 비클(John Bickel) 한국릴리 대표는 22일 창립 150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운영 배경에 대해 “한국은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세계 5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진과 과학자, 병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을 이어가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게이트웨이 랩스는 연구시설 제공과 함께 상주 연구진과의 직접 교류를 기반으로 협업이 이뤄지는 릴리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현재 미국·중국 등 전 세계 6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릴리는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업을 공개하며 게이트웨이 랩스의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다. 양사는 오는 2027년까지 게이트웨이 랩스의 국내 설립을 추진하며, 30개 바이오벤처를 선발해 공동 육성할 계획이다.
릴리는 연구·개발 인프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이어지는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벤처를 지원한다. 국내 거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내 ‘C랩 아웃사이드(C-Lab Outside)’에 조성될 예정이다. C랩 아웃사이드는 내년 7월 완공이 목표다. 지상 5층, 연면적 1만2000㎡ 규모로 사무시설과 연구시설을 비롯해 미팅룸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입주 기업 모집은 오는 4분기에 시작할 예정이다. 입주 기업은 릴리 과학자들로부터 연구개발 전략, 후보물질 개발 방향, 임상시험 진입 가능성 등에 대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비클 대표는 “게이트웨이 시스템에 합류하는 기업들이 자산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 의견과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는 임상시험 진입과 전 세계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릴리는 글로벌 신약 개발 경험을 갖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독보적인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두 회사의 강점이 결합되면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을 함께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릴리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앞서 릴리는 지난달 보건복지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부터 5년간 총 5억 달러(약 747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국내 3개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회사 내부에는 벤처캐피털 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향후 국내 기업들과의 추가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 비클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며 “한국 기업들과 계속 협력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릴리의 강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발 능력이다. 릴리는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통해 수년간 축적한 임상 파이프라인과 자산 데이터베이스 접근 기회를 게이트웨이 랩스 벤처 기업들에 제공할 예정이다.
비클 대표는 “신약 개발에서 AI를 활용하면 다양한 화합물이 인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할 수 있다”며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화합물을 찾을 때 효과와 부작용 측면 모두에서 AI가 신약 개발과 타깃 발굴을 훨씬 더 빠르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클 대표는 국내 임상시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혁신 신약의 허가와 약가 책정 측면에서 개선 과제도 남아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인 의료기관과 진단 기술 덕분에 임상시험 연구를 계속하기에 매우 매력적인 환경”이라며 “한국이 신약 승인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신약 허가와 약가 책정이 까다로운 나라지만, 지난해 말 발표된 새로운 정책들은 혁신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려는 방향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뛰어난 연구진, 병원 시스템, 임상시험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가능성에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작년 11월 말 신약 등재 기간 단축 등을 담은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한편 일라이릴리는 지난 1876년 미국 남북전쟁 참전 출신 약사인 일라이 릴리 대령이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설립한 다국적 제약회사다. 창립 초기 말라리아 치료제인 ‘퀴닌’과 매독 치료제 등을 공급하며 기반을 다졌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페니실린 대량 생산에 기여했다.
이후 190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합성 인슐린을 상용화했다. 현재는 비만·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앞세워 제약사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시장에는 지난 1982년 진출해 현재 약 250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