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1차 파업에 이어 준법투쟁을 이어가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고용 안정성과 보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업계 최상위권으로 나타나면서 노조 투쟁의 명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삼성바이오로직스 ESG 보고서에서 지난해 총 이직률이 1.9%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안팎에선 “직원 이탈이 거의 없는 수준의 직장에서 노조가 과도한 투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이직률은 2021년 4.5%에서 2022년 4.0%, 2023년 3.4%, 2024년 2.7%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1%대까지 떨어졌다. 4년 연속 하락세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규제 대응 등 전문 인력 수요가 높아 기업 간 인력 이동이 비교적 활발한 산업으로 꼽힌다. 이 같은 산업 특성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직률 1.9%는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이직률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셀트리온의 지난 2024년 총 이직률은 11.6%였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발적 이직률 기준 10.0%, SK바이오팜 9.1%, 대웅제약 18.3%, 한미약품 10.6% 등을 기록했다.
이직률이 고용 안정성과 조직 정착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낮은 이직률은 직원들이 현재 근무 환경과 처우를 대체할 만한 선택지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낮은 이직률의 배경으로는 업계 최상위권 수준의 보상 체계가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5년 기준 직원 평균 보수는 1억1400만원이다. 2021년 7900만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약 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평균 보수 증가 폭과 비교해도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셀트리온은 7800만원에서 1억700만원으로 37% 증가했고, 유한양행은 8900만원에서 1억원으로 12%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6800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원 평균 연령이 30세 안팎인 젊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연차와 직급 대비 실질적인 보상 경쟁력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세대 직원들이 체감하는 급여 수준이 제약바이오 업계는 물론 대기업 전반에서도 높은 편이라는 평가다.
낮은 이직률과 높은 보상 수준이 확인되면서 노조의 투쟁 명분을 둘러싼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2차 파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특성상 생산 차질 가능성이 대외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직원 이탈률이 매우 낮고 평균 보수도 1억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열악한 처우’를 전면에 내세운 투쟁이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문 인력 이동이 활발한 바이오 업계에서 이직률 1.9%는 직장 내 실질적 이탈 요인이 크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평균 보수가 1억원을 넘고, 고용 안정성도 높은 상황에서 생산 차질 위험을 키우는 파업과 투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상 수준과 고용 안정성을 고려한 합리적 노사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의 쟁의행위 제한 범위를 확대해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항고심에 이목이 쏠린다.
인천 제1민사부는 오는 5일 오후 3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 사건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인천지법 민사합의21부는 지난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회사 측이 파업 제한을 요구한 9개 공정 가운데 농축 및 버퍼교환(UFDF), 원액 충전(DS Filling), 버퍼 제조·공급 등 3개 공정에 대해서만 쟁의행위를 제한했다. 반면 배양·정제 등 나머지 공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용되지 않은 공정에 대해서도 보호가 필요하다며 즉시 항고했다.
항고심 결과에 따라 향후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와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DMO 시장에선 납기와 품질, 안정적인 생산 역량이 신뢰의 핵심”이라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외 신인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