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옹호 인사가 적십자사 회장?…인요한 선출에 시민단체 발칵

12·3 계엄 옹호 인사가 적십자사 회장?…인요한 선출에 시민단체 발칵

“쿠데타 청산 바라는 대중에 수치심과 실망 안기는 일”
정치권도 비판…“국민에 사과하는 최소한의 모습 보여야”

기사승인 2026-06-23 18:43:58
인요한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출자. 연합뉴스
인요한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출자. 연합뉴스
대한적십자사 차기 회장으로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선출된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친윤 성향과 의료 민영화 철학을 가진 인사가 인도주의 기관 수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같은 당이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전날 열린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인 전 의원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인 선출자는 적십자사 명예회장인 이재명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회장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임기는 3년이다.

적십자사는 “인 선출자는 오랜 기간 의료 현장에 있었으며 공공보건의료 활동, 북한 결핵 퇴치 및 의료 장비 지원 등 경험을 토대로 적십자사의 혈액 사업, 병원 사업, 재난 구호 사업, 인도적 국제 협력 사업 등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인 선출자는 1959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연세의대를 거쳐 고려의대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서양인 최초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으며, 이후 연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등을 역임했다. 한국형 구급차 개발, 대북 의료지원 활동 등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2년 ‘특별귀화 1호’ 대상자로 선정됐다.

인 선출자는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간 밝혀진 일에 실망했다며 지난해 12월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이런 인 선출자의 선출을 놓고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참여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40여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 선출자를 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분노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 선출자는 민간 의료보험 도입과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한 지독한 친기업·시장주의자로, 이런 최악의 인사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과 어떻게 부합할 수 있느냐”면서 적십자사 중앙위원회의 선출 결정 철회와 대통령의 인준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가슴으로 이해한다’며 탄핵에 반대하다가 윤석열이 수감되고 대세가 기울자 슬그머니 의원직을 사퇴했다”며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인권을 짓밟으려 한 자를 적십자사 수장에 앉히는 것은 쿠데타 청산을 바라는 대중에게 수치심과 실망을 안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 전 의원은 계엄이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그 책임을 온전히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에 돌렸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며 “그 이후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대한 성찰이나 사과도 없었다. 이런 인물이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뉴 이재명’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12월7일 탄핵 표결에 불참했던 그날 의원총회장에서 농담하던 인 전 의원의 모습과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선택과 판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최소한의 모습은 보여야 한다”며 “적십자사는 인도주의와 생명,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관인 만큼, 수장 역시 그러한 가치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인 선출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이 불법이고 잘못이라고 밝혔다. 또 적십자사는 정치와 무관한 순수 인도주의 실천 기관이라며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인 선출자는 “불법 계엄으로 초래된 헌정질서 훼손과 국민적 불행에 대해 천 가지 말 대신 의원직 사퇴라는 하나의 행동으로 소신을 실천했다”며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외신기자들의 통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고초를 겪었기에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잘못된 계엄이 얼마나 큰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십자사는 정치와 무관하게 순수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기관이자 회장은 소외된 이웃을 보듬으며 어려움에 처한 북한 동포 지원과 인도주의적 국제 협력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세심하게 살피는 자리”라며 “이 엄중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직무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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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