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 지난 2001년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의 개편이다. 일부 모자의료 보상은 올해 3분기부터, 대부분의 수가 조정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된다. 급성기·회복기 의료체계 관련 지원은 2027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검사는 과도한 보상, 진찰·입원·마취는 부족한 보상
이번 개편은 검사 중심으로 형성된 현행 의료 공급구조를 진찰과 입원, 중증·응급 최종치료 중심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건정심 의료비용분석위원회가 의과 분야 약 6000개 건강보험 수가의 비용 대비 수익을 분석한 결과,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는 190%, CT·MRI 등 특수영상검사는 194%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이 검사에 투입한 비용과 비교해 건강보험 보상이 두 배 가까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진찰과 입원, 마취 등은 비용보다 보상이 낮은 분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런 불균형이 검사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의료 공급구조와 짧은 외래진료를 유발하고, 환자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늘렸다고 판단했다.
지역이나 의료기관의 기능, 의료행위의 난이도, 응급환자를 위해 의료진이 대기해야 하는 비용과 관계없이 동일한 수가를 적용해 온 점도 개편 배경으로 꼽혔다. 정부는 행위별 수가를 조정하는 동시에 의료기관의 기능과 지역, 난이도와 대기비용을 반영한 가산수가와 성과보상을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수가 개편 주기도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줄여 의료비용과 진료환경 변화가 건강보험 보상에 보다 신속하게 반영되도록 할 방침이다.
의료취약지에 연 4000억원 ‘지역 우대수가’
의료취약지의 지역 우대수가에는 연간 4000억원이 투입된다. 비수도권 전 지역과 수도권 가운데 지역의사 의무복무 대상인 경기 의정부·남양주·이천·포천, 인천 서북권·중부권 등 6개 진료권이 대상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4개 시·군·구에선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의 진찰료를 5% 올린다. 종합병원과 병원 입원료에도 5%를 가산한다. 적용 대상은 총 2249개 의료기관이다. 정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전북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응급환자에게 야간 동맥류절제술을 시행할 경우 현행 1050만원인 보상은 일반 지역에서 1580만원으로, 지역 우대수가까지 적용되는 경우 1702만원으로 늘어난다.
비수도권의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기반도 확대한다. 진료에 들어간 총비용을 기준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모자의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비수도권 중심으로 5곳 추가하고, 중소병원에는 의료기관 규모에 맞는 감염예방관리료 기준을 새로 마련한다. 현재 사후보상 시범사업에는 9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상대가치점수 20년 만에 인상…입원료 연 1조5000억원 투입
진찰과 입원 등 필수 기본진료에는 연간 1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진찰료의 기준이 되는 상대가치점수는 20년 만에 인상된다. 동네의원의 초진 진찰료는 6%, 재진료는 4% 오른다. 환자 한 명이 한 차례 방문할 때 기준으로 의원 초진료는 1만8840원에서 1만9980원, 재진료는 1만3370원에서 1만3900원이 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초진과 재진 진찰료가 각각 2% 오른다. 병원은 초진 1만7500원에서 1만7850원, 재진 1만2680원에서 1만2940원으로 조정된다. 종합병원은 초진 1만9470원에서 1만9860원, 재진 1만4650원에서 1만4940원으로 인상된다. 상급종합병원은 초진 2만1440원에서 2만1860원, 재진 1만6620원에서 1만6950원으로 오른다.
진료시간이 긴 심층진찰·상담도 확대된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시행 중인 상급종합병원의 15분 이상 심층진찰과 영유아 대상 일차의료 심층상담은 정규 건강보험 사업으로 전환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15분 이상 심층진찰을 하면 8만5720원이 적용되고, 이용 가능 횟수는 연 4회에서 6회로 늘어난다. 0~2세 아동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15분 이상 상담받는 경우 의원은 5만1430원, 병원은 5만1860원이 적용된다.
새로운 시범사업도 시작된다. 종합병원에서 15분 이상 심층진찰을 하면 초진료의 약 3배를 연 4회까지 보상한다. 내과와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의원·병원에서 △복합만성질환 관리 △건강검진 이상소견 △첫 임신과 산전·산후 관리 등에 대해 10분 이상 상담하면 초진료의 약 2배를 연 4~6회 지급한다.
10년 이상 기본점수가 사실상 고정됐던 입원료도 인상한다. 일반병실 기본수가는 7%, 중환자실은 10% 올린다. 간호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병실에는 더 높은 보상을 지급한다.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최고 간호등급 수가는 66만8000원에서 79만8000원으로, 종합병원 4인실 일반병실의 해당 수가는 12만7000원에서 14만3000원으로 오른다.
중증·응급수술 1600여 개 수가 20% 인상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에는 연간 9000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하는 전체 수술·시술 약 2700개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600여 개의 수가가 20% 오른다. 대상에는 심뇌혈관질환과 급성복증 관련 응급수술·시술, 암 등 중증수술, 복합골절과 재건성형, 동맥관개존증을 비롯한 선천성 기형 치료 등이 포함된다. 난도가 높고 숙련된 인력이 많이 필요한 수술을 중심으로 보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마취 보상도 확대된다. 종합병원 이상의 전신마취 수가는 50% 인상되고, 1600여 개 중증 수술·시술에 동반되는 마취의 야간·공휴일 가산은 현행 100%에서 150%로 올라간다. 동맥류절제술 사례에선 예정된 수술의 보상이 현행 525만원에서 630만원으로, 야간·휴일 수술은 1050만원에서 1580만원으로 늘어난다. 야간·휴일 응급수술은 2360만원에서 3470만원으로 오른다.
고위험 분만·미숙아 치료에 1000억원
고위험 임산부와 미숙아를 담당하는 모자의료 분야에는 연간 1000억원이 투입된다. 시행 시점은 올해 3분기다. 기존에는 분만 한 건당 안전정책수가와 지역·응급정책수가 등을 합해 최대 176만원을 지급했지만, 분만의 위험도나 미숙아 치료기간과 관계없이 비교적 일률적으로 보상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산모의 중증도와 조산아의 임신 주수·체중, 의료기관의 기능과 지역을 함께 반영한다.
28주 미만 또는 체중 1㎏ 미만 조산아는 중증모자센터에서, 32주 미만 또는 1.5㎏ 미만 조산아는 권역모자센터에서 집중 치료하도록 수가를 설계한다. 현재 2곳인 중증모자센터는 단계적으로 6곳까지 늘리고, 권역모자센터 20곳과 역할을 나눈다. 28주 미만 조산아를 중증모자센터에서 분만하면 기본 분만수가 외에 약 44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에서는 약 506만원이 가산된다.
신생아가 24주부터 28주까지 약 4주간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에는 기본 입원료에 120%를 추가해 기존의 2.2배 수준을 보상한다. 비수도권 모자센터는 150%를 추가해 2.5배 수준까지 높인다. 예컨데 24주 미만 조산아가 분만 후 신생아중환자실에 4주간 입원할 경우 분만·입원료 보상은 현행 3160만원에서 경기 소재 중증모자센터 6640만원, 비수도권 중증모자센터 7520만원으로 증가한다.
고위험 임산부 입원 집중관리료는 하루 3만5000원씩 7일에서 하루 7만원씩 10일로 확대한다. 중증·권역 모자센터의 통합진료 정책수가 지급기간도 7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신생아중환자실 처치에는 50%, 비수도권과 수도권 취약지에는 100%의 가산을 적용한다.
임신·분만과 관련된 약 200개 수술·처치 수가는 20% 올리고, 고위험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는 일반 분만수가의 100~200%를 추가로 지급한다.
소아 진찰·입원·수술에 2000억원…달빛어린이병원 기능 차등화
소아의 진찰과 입원, 중증치료에는 연간 2000억원이 투입된다. 외래 진찰료 가산 대상 연령은 현행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가산율은 현재 5~12%에서 5~25%로 높아진다. 소아 입원료 역시 8세 미만을 기준으로 하되 가산율을 30~50%에서 40~60%로 올린다.

소아중환자실 처치에는 50% 가산을 신설한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취약지에선 100%를 가산한다.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1세 미만 소아에게 장관유착박리술을 시행하는 사례의 보상은 현행 14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늘어난다.
야간과 휴일에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의료기관 기능과 지역 여건을 반영해 보상한다. 현재 달빛어린이병원은 151곳으로 병원급 84곳, 의원급 67곳이다. 입원이나 수액치료가 필요한 중등증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병원급 달빛어린이병원에는 약 5만원의 소아전문관리료를 신설한다. 소아 인구가 적은 시·군·구에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121곳에는 야간진료 수가를 30% 추가한다.
급성기 치료부터 재활·재택까지 연결…연 5000억원 지원
급성기 중증치료 이후 회복기 재활과 재택치료까지 연결하는 의료공급·이용체계에는 연간 5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기능을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사업과 지역 내 대부분의 의료 문제를 담당하는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정규 제도로 전환할 기반을 마련한다. 포괄 2차 병원 지원금은 연간 7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2000억원 늘어난다. 증액분은 의료기관의 성과에 따라 지급해 전체 성과지원 재원을 4000억원 규모로 운영한다.
중증 급성기 치료를 받은 환자가 충분히 안정되기 전에 회복기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퇴원해 상태가 나빠지고 다시 응급실을 찾는 문제도 개선한다. 급성기 병원 중환자실에서 조기 재활을 시작하고, 중증환자의 회복 상태를 일정 기간 관찰한 뒤 안정된 상태에서 회복기 병원으로 전원하는 시범사업을 도입한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에는 환자의 기능 회복 등 성과와 연계한 보상을 적용하고, 퇴원 후 방문재활과 재택치료로 이어지는 연계체계도 강화한다. 어린이 재활의료기관은 현행 47곳에서 66곳으로 늘린다. 집중재활 대상 연령은 6세 미만에서 9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집중재활을 받을 수 있는 아동은 연간 약 7500명에서 최대 98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어린이 집중재활 수가 가산율은 30%에서 40%로 상향된다.
검체검사 1조9000억원, CT·MRI 7000억원 절감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동시에 검체검사와 CT·MRI의 과도한 수가는 단계적으로 낮춘다. 절감 목표는 검체검사 연 1조9000억원, CT·MRI 연 7000억원 등 총 2조6000억원이다.

CT와 MRI도 비용 대비 수익이 150% 이상인 항목을 중심으로 수가를 인하한다. 장비의 성능과 사용연수, 검사 품질 등을 보상과 연계해 저품질 영상과 중복 촬영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중증·응급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검사처럼 과잉 이용 우려가 낮은 항목은 검사 제공이 위축되지 않도록 세부적으로 조정한다.
1단계 개편 사례를 보면 의원급 혈액검사 수가는 1220원에서 970원으로 20% 낮아지고, 환자 본인부담금은 300원에서 200원으로 줄어든다.
종합병원에서 조영제를 사용하는 일반 복부 CT는 13만2920원에서 10만3340원으로 22% 내려간다. 본인부담금은 6만6400원에서 5만1600원으로 감소한다. 상급종합병원 두경부 MRI 수가는 26만7160원에서 17만9560원으로 33% 낮아지고, 본인부담금은 16만200원에서 10만7700원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 1단계 조정을 통해 검사 분야의 비용 대비 수익을 약 150% 수준으로 낮추고, 2028년 하반기 2단계 개편에서 110% 수준까지 조정할 계획이다.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27년 만에 전면 개편
검체검사 수가 조정과 함께 1999년 이후 27년간 유지돼 온 검체검사 위·수탁제도도 전면 개편된다. 현재는 환자를 진료한 위탁기관에 위탁검사관리료와 검사료를 함께 지급한 뒤 위탁기관과 실제 검사를 수행한 수탁기관이 비용을 정산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검사료 할인 경쟁이 발생해 위탁기관이 검사를 많이 처방할 유인이 커지고, 검사 품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지난해 9월에는 두 환자의 검체가 뒤바뀌는 사고도 발생해 검체 추적과 안전관리, 인증·제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개편 후에는 검사료 안에서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몫을 명확히 구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각각 지급한다. 검사료를 상호 정산하거나 할인하는 관행을 차단하고, 기본수가와 별도로 검사 품질을 충족한 기관에 ‘조건부 보상’을 지급한다. 진단검사의 위·수탁 보상비율은 위탁 35%·수탁 65%로 구분한다.
기본수가로는 위탁기관의 의뢰·관리료를 검사료의 25%, 수탁기관의 검사료를 45%로 설정한다. 조건부 보상은 위탁기관 최대 10%, 수탁기관 최대 20%로 구성된다. 조건부 보상은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뒤 재평가한다.
조직검사 등 병리검사는 과보상 수준이 150% 미만인 점을 고려해 검사료 자체를 크게 낮추지 않고 기존 위탁검사관리료만 폐지한다. 검사료 안에서 위탁기관 의뢰·관리료 10%, 수탁검사료 80%를 기본으로 하고 위탁·수탁기관에 각각 최대 5%의 조건부 보상을 적용한다.
조건부 보상은 고난도 검사와 취약지 검사, 위급한 검사결과의 신속한 통보, 검체 이동과 추적관리 강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검사결과 분석·환자관리 등에 활용한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위탁·수탁기관의 실제 비용을 분석하고, 2028년 2단계 수가 조정에서 기관별 보상 수준을 다시 조정할 방침이다.
검사의 질에 따라 지급하는 현행 질 가산도 손질한다. 현재 진단검사는 8%, 병리·핵의학 검사는 4%를 비교적 일률적으로 가산하지만, 앞으로는 자체검사와 수탁검사의 특성을 구분하고 검사 품질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수탁검사의 전 과정과 환자안전,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인증기준을 강화하고, 검체 사고와 다른 기관에 다시 검사를 맡기는 재수탁 행위에 대한 관리·제재 규정도 명확히 한다. 민간 학회 중심으로 운영돼 온 수탁기관 인증과 제재에는 공적 관리가 강화된다. 개편된 위·수탁 보상체계는 검체검사 수가 조정과 함께 오는 12월 시행될 예정이다.
환자 전체 본인부담은 늘지 않을 전망
정부는 의료 이용량이 현재와 같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환자 본인부담 진료비가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필수의료에 추가 투입되는 3조6000억원 가운데 건보공단 부담은 약 3조원, 환자 본인부담은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검체검사와 CT·MRI 수가 조정으로 줄어드는 2조6000억원 가운데 공단 부담은 약 2조원, 환자 본인부담은 약 6000억원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관련 고시 개정과 전산시스템 정비, 의료기관 안내 등을 거쳐 대부분의 개편안을 오는 1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모자의료센터 중심의 고위험 산모·신생아 보상은 올해 3분기 먼저 시행하고, 급성기·회복기 의료체계 개편은 2027년 1월 시작한다.
건강보험 수가 조정과 함께 과다한 의료 이용을 방지하고, 건강보험 부정수급 관리를 강화하는 등 지출 효율화도 추진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지역·필수의료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번 방안을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지역·필수의료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건강보험 수가 개편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연 3조600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지역필수특별회계 지원도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수가 개편과 함께 지역의료 인력 확충, 최선을 다한 진료에 대한 의료사고 민형사상 부담 완화, 국립대병원 육성 등 제도 개선도 이행해 국민이 지역에서 신속하게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