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은 이미 이중항체나 새로운 타깃을 넘어 듀얼 페이로드 쪽으로 강해지고 있다”며 회사의 2.0 전략을 소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2.0 전략은 회사의 자체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 ‘그랩바디-T’ 등을 지속 성장시키고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맞춰져 있다.
이 대표는 “가장 중요한 이정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임상 진행과 성공, 그리고 허가 가능성”이라며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ABL001’의 개발 계획을 소개했다. 담도암 2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ABL001은 오는 4분기에서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ABL111’(지바스토미그)이다. ABL111은 클라우딘18.2(CLDN18.2)와 면역 T세포 활성화 수용체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로, 미국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개발 중이다.
PD-1 억제제 ‘니볼루맙’ 및 화학치료제(mFOLFOX6·폴폭스)와 병용해 미국에서 임상 1b상이 진행됐으며, 글로벌 학회를 통해 추가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임상 1b상은 클라우딘18.2 양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용량 증량 코호트와 용량 확장 코호트로 구성됐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지만, 병기가 진행될수록 치료 성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암으로 꼽힌다. 특히 전이성 위암의 경우 항암치료 외에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종양이 원발부에서 떨어진 장기에 전이되는 원격전이 시 5년 상대생존율은 5대 국가암(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위암, 유방암) 중 7.5%로 가장 낮다. 전이 및 절제 불가한 진행성 위암의 경우 생존 기간은 1년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공개된 임상 데이터는 긍정적이다. 일본 아스텔라스의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는 화학항암제 병용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40.3%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유럽종양학회 소화기암 학술대회(ESMO GI)에서 공개된 ABL111 임상 1b상 유효 용량군 ORR은 83%로 나타냈다.
경쟁 약물 대비 치료 범위도 훨씬 넓다. 빌로이는 클라우딘18.2 고발현(종양세포의 75% 이상 발현) 환자로 투약 대상이 제한적이다. 반면 ABL111은 발현율 1% 이상의 저발현 환자군까지 포괄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으며, 클라우딘18.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의 1차 표준 치료요법으로서 계열 내 최고(베스트 인 클래스)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111의 임상 1b상을 지속하며 지난 1분기부터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FDA 허가용 임상 3상은 올해 4분기 중 추진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ABL111은 위암 1차 치료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회사가 더 성장하고 재정적으로 안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FDA는 임상 1상 확장단계 데이터만으로도 임상 3상으로 가는 것에 동의했다. 이대로 진행되면 2029년 말이나 2030년에는 ABL111의 임상 3상 데이터가 완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스텔라스와의 경쟁에서 ABL111의 차별성은 효능뿐 아니라 안전성”이라며 “현재 데이터상으로는 ABL111이 안전성 측면에서 더 우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111을 비롯해 그랩바디-T가 적용된 면역항암 이중항체 △‘ABL503’(PD-L1+4-1BB) △‘ABL103’(B7H4+4-1BB) △‘ABL105’(HER2+4-1BB) △‘ABL104’(EGFR+4-1BB)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ABL503은 고형암 단독요법 임상 1상 후속 데이터를 오는 8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ABL103은 글로벌 제약사 MSD(머크)와 공동 개발하며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과 함께 임상 1b/2상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항종양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ABL104와 ABL105는 유한양행에 기술이전 했다.
BBB 셔틀 기술 적용 범위 확대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통해 항체뿐 아니라 siRNA(짧은 간섭 리보핵산), 효소, 융합단백질까지 BBB 셔틀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4월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최대 4조1000억원(약 21억4000만 파운드) 규모의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사노피, 일라이 릴리와도 협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에이비엘바이오 연구진 10명은 릴리의 보스턴 연구소를 방문해 공동연구위원회 미팅을 진행했다. 회사는 앞으로 매년 한 차례씩 양측이 오가며 공동 연구 미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11~12월 중엔 릴리 측이 에이비엘바이오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BBB 셔틀 분야가 이미 2세대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엔 트랜스페린 수용체, IGF-1R(인슐린유사성장인자-1 수용체), CD98hc 등 각각의 셔틀 기술이 따로 논의됐다면 이제는 두 가지 셔틀을 결합한 이중 BBB 셔틀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세대 ADC 파이프라인인 ‘ABL206’과 ‘ABL209’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분기 임상 1상을 개시해 비임상 데이터를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5~7년은 은퇴 없다”…3.0까지 목표
이 대표는 “요즘처럼 주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떨어지는 시장에서 여러 고민이 많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이전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임상 데이터를 통해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 3.0까지는 창업자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언론 인터뷰에서 언제 은퇴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앞으로 5년에서 7년은 절대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미션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비엘바이오가 3.0 단계에 도달하면 그때는 어떤 CEO가 오더라도 회사를 충분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주가가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주가도 끌어올리고 기술이전도 열심히 추진하고 임상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