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국립암센터를 포함해 서울성모병원 라파엘 어린이학교, 서울대어린이병원학교,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학교 등 전국 35개(원격수업 기관 포함)의 병원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병원학교에선 유치원 과정과 초등 과정으로 나눠 오전·오후 2시간씩 건강장애학생들이 수업받는다. 건강장애학생이란 암이나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 학교에 다니거나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특수교육 지원을 받는 학생을 일컫는다.
전국 모든 지역에 병원학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과 경기, 인천 수도권 소재 병원학교는 모두 17곳이다. 전국 병원학교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셈이다. 반면 경남과 부산, 울산은 5곳, 충남과 대전, 전남과 광주는 각각 3곳, 경북과 대구, 충북은 각각 2곳이 설치됐다. 강원과 전북, 제주는 각각 1곳에 불과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어린이꿈교실 교장인 이영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건강장애학생들은 중증질환으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병원학교가 설치·운영돼야 하는 게 옳은 방향성”이라면서도 “지방은 국공립 병원을 중심으로 병원학교가 설치돼 있어 보다 환아들이 접근하기 쉽게 여러 형태의 의료기관 병원학교를 지원하고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항암치료 중인 아이를 데리고 매번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오고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횡문근육종으로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는 오아영(10·가명)양의 어머니 박서연(49·경기·가명)씨는 “경기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이지 지방에 살았다면 병원학교에 다니기 위해 국립암센터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병원 근처로 이사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아영이가 그동안 다녔던 학교를 너무 좋아해 그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일상 유지하는 끈…학교 복귀 큰 도움”
공부를 계속한다는 것은 단순히 교과 내용을 학습한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병원학교는 건강장애학생들이 치료를 마친 후 다시 원적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어주는 끈이다. 병원학교가 없고 치료 중 학습이 완전히 중단되면 아이가 학교로 돌아갔을 때 제대로 적응하기 어렵다.
국립암센터 병원학교장인 박미림 소아청소년암센터장은 “아이들은 입원 중에도 공부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실제 병실에서 문제집을 푸는 아이도 많고, 학교 출석 처리도 꼼꼼하게 관리한다”며 “공부를 계속하면서 자신의 효능감을 유지할 수 있다. ‘나는 아파도 잘 지내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더라도 기존의 일상을 유지하고 치료가 끝난 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박 센터장은 “병원학교를 통해 학습의 끈을 이어가야 아이가 원적학교에 복귀했을 때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며 “병원학교에선 공부뿐 아니라 또래 친구와 관계를 맺고 교감한다. 이런 경험이 학교 복귀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병원학교도 한계가 있다. 출석으로 인정될 뿐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보장받기는 어렵다. 학교마다 사용하는 교재와 수업 속도가 다르고, 수행평가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아이가 치료를 마치고 돌아갔을 때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아이들의 활동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일반 학교에선 교실과 체육관, 운동장 등을 오가며 수업할 수 있지만, 병원학교에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있다.
병원학교 교사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아이들은 열이 나거나 호중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검사나 치료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기도 한다. 교사는 그날그날 학생의 상태에 맞춰 수업하고, 치료 정도나 정서적 상황에 따라 아이마다 교육 방식을 다르게 조정해야 한다.

어떤 항암 치료를 몇 차까지 받았는지에 따라 수업 여부도 달라진다. 정 교사는 “양성자 치료를 받는 학생은 컨디션이 다소 좋지 않더라도 수업에는 참여할 수 있는데, 항암 치료 1~2차 시기에는 수업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한다”며 “팔꿈치나 다리 등에 종양이 생긴 학생은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고 수업에 재밌게 참여하며 또래 관계 형성도 원활하지만, 악성 뇌종양을 앓고 있는 아이는 지속되는 치료와 후유증 때문에 많이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아프다고 다르지 않다
아픈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뒤떨어지거나 부족한 것은 아니다. 병원에 오래 있다고 해서 항상 우울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다. 아파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웃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공부한다. 정 교사는 병원학교도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모든 아이에게 즐거운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정 교사는 “병원에서 힘든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병원학교에 와서까지 힘들다고 여기지 않도록 수업 시간의 절반 정도는 학습하더라도 나머지 시간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한다”면서 “학생이 좋아하는 활동이 있어야 힘든 병원 생활을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년간 국립암센터 병원학교장을 지내며 16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시킨 박현진 소아청소년암센터 교수는 병원학교에 대해 “치료를 더 잘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주는 곳”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아이가 병원학교에 입교해 ‘나도 잘 치료받으면 다시 원래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기대를 품고 치료를 더 잘 견딜 수 있는 것”이라며 “원적학교에 아이를 복귀시키는데 많은 시간과 적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병원학교는 열악한 환경이다. 치료 중에도 학습을 지속할 수 있게 돕고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암 치료 성과가 높아지면서 아픈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장기 입원과 반복되는 치료를 견디는 동안 아이들의 배움은 멈추고, 학교와 친구들에게서 멀어진다. 병원학교와 원격수업이 교육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충분한 학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마친 뒤 원래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온전한 지원도 없다. 아프다는 이유로 아이가 배움과 미래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아픈 아이들의 투병이 진정한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8편에 걸쳐 묻는다. [편집자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