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2026년도 제1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정책위원회’를 열고 ‘제2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6~2030년)’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선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사후관리 강화방안’과 ‘첨단재생의료 규제 합리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연구 중심에서 환자 치료·산업 성과 창출로
첨단재생의료는 세포와 유전자 등을 활용해 손상된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재생·회복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술이다. 기존 치료법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중대·희귀·난치질환의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제1차 기본계획을 통해 중앙심의체계와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지정제도와 치료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57건의 임상연구를 승인했으며, 연구개발과 창업 지원을 통해 초기 산업 기반도 조성했다.
임상 현장에서의 성과도 나타났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급성 림프모구백혈병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병원 안에서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세포 채취부터 투여까지 걸리는 기간을 56일에서 12일로 줄였다. 치료받은 환자 8명 가운데 5명은 투여 한 달 뒤 완전관해를 보였다.
난치성 기관 결손 환자에게 동종 성체줄기세포 기반의 3D 바이오프린팅 기관을 이식하는 데도 성공했다. 난치성 베체트장염 환자에게는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제 ‘ATORM-C’를 적용하는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임상연구가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치료제도가 도입된 이후인 지난 4월 재발 위험이 높은 EBV(엡스타인바바이러스) 양성 림프절외 NK/T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자가 면역세포를 투여하는 치료계획이 첨단재생의료 치료 제1호로 승인됐다. 해당 치료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치료비는 7600만원이며, 치료 후 5년 안에 재발하면 비용 전액을 돌려주는 성과연계형 환급 방식이 적용됐다.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선 지난 4월 국내 개발 CAR-T 치료제인 큐로셀의 ‘림카토주’(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가 품목허가를 받았다. 첨단재생의료 관련 기업 수도 2023년 76개에서 2025년 138개로 약 80% 늘었다.
다만 환자가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치료와 국내 개발 제품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연구 결과가 치료계획 승인이나 품목허가, 상용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충분하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제2차 기본계획은 그동안 마련한 제도·연구·산업 기반을 토대로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치료성과와 가시적인 산업 성과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릎골관절염·만성통증 등 국내 치료 근거 확보
정부는 해외 원정치료 수요가 높은 질환을 대상으로 국내 다기관 임상연구를 추진한다. 과학적 근거와 안전관리가 부족한 해외 시술 대신 국내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국가 안전관리체계 안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기본계획상 우선 대상은 무릎골관절염, 난치성 만성통증, 혈액암, 재발성 교모세포종 등이다. 충분한 임상 근거를 확보한 뒤 치료계획 심의 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치료비용 등을 종합 검토해 국내 치료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무릎골관절염과 만성통증, 고형암 관련 과제는 임상연구 심의 적합 통보를 받아 7월부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혈액암 과제는 연구계획을 보완해 재심의를 추진한다.
극희귀질환처럼 기존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에는 플랫폼 기술을 이용한 환자별 맞춤형 치료개발 지원모델 도입을 검토한다. 연구자가 임상연구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세포처리시설의 공동 활용도 확대한다. 연구자가 직접 세포처리시설을 운영하거나 위탁개발생산 업체에 전 과정을 맡기지 않아도 공동 활용 과제로 선정되면 우수 세포처리시설의 인력·장비를 이용해 제조공정을 개발하고 임상시료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임상에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원료세포 공급체계도 확충한다. 중대·희귀·난치질환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임상연구·치료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표준화해 수집·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다.
환자가 승인된 치료와 실시 의료기관, 치료비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첨단재생의료포털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개한다. 치료 전 충분한 설명과 이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준 동의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강화한다.
치료비용과 관련해선 재난적 의료비 등 기존 지원제도를 안내한다. 치료 대안이 없는 중증·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공적지원과 치료성과에 따라 비용을 환급하거나 조정하는 모델도 검토한다.
안전성 쌓인 기술은 위험도 낮춰 치료 진입 지원
정부는 과학적 근거가 축적된 첨단재생의료 기술의 위험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저위험 기술로 조정되면 별도의 선행 임상연구 없이 치료계획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우선 배양된 자가유래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첨단재생의료의 위험도를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위험도 구분과 조정에 관한 고시를 제정할 예정이다.

원료세포 수급경로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세포처리시설이 직접 인체세포를 채취해 처리하거나, 제대혈은행 등이 별도로 세포처리시설 허가를 받아야 했다. 앞으로는 세포처리시설이 제대혈은행이나 인체세포 관리업자 등 다른 기관에서 채취·보관한 원료세포를 제공받아 임상연구와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지난 5월에는 세포처리시설이 해외에서 인체세포 등을 수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규제 개선이 필요한 새로운 과제는 규제특례를 활용해 실증한다. 임상연구와 치료, 장기추적 과정에서 축적된 실사용 데이터를 첨단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심사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한다.
심의 지연 해소…분과위원회·사전컨설팅 도입
첨단재생의료 심의 신청은 빠르게 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심의 신청 건수는 2024년 51건에서 2025년 118건으로 증가했고, 2026년에는 193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계획 처리기간도 2024년 2분기 평균 56일에서 2026년 1분기 112일로 두 배 늘었다.
정부는 심의의 효율성과 전문성,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심의위원회 안에 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 권한을 부여한다. 고위험 계획과 중·저위험 계획을 각각 심의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전문위원회는 개별 안건에 대한 심층 검토 기능을 강화한다.
축적된 심의사례와 국내외 동향을 바탕으로 안전성·유효성 판단기준과 연구설계 방향을 담은 임상연구·치료계획 심의 가이드라인은 오는 12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계획 수립 단계부터 맞춤형 사전컨설팅도 제공한다. 치료계획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동일하거나 반복되는 치료계획을 효율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별도 방안도 마련한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연구개발 기획 단계부터 규제 적합성을 검토하고, 제품 특성에 맞는 허가·심사기준과 전주기 상담체계를 구축한다. 원료 채취부터 제조·유통, 장기추적조사에 이르는 품질·안전관리체계도 고도화한다.
재생의료기관 ‘지정만 받고 활동 없는 곳’ 관리 강화
정부는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의 지정 이후 관리도 강화한다. 재생의료기관은 일정한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춰 정부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이다. 심의위원회에 임상연구·치료계획을 제출할 수 있으며, 승인된 계획에 한해서만 첨단재생의료를 실시할 수 있다.
재생의료기관은 지난 6월 기준 223곳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정기관 증가에 비해 실제 임상연구와 치료 참여는 제한적이고, 일부 기관이 지정 사실을 환자 유치를 위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정부는 재생의료기관이 지정 후 1년 안에 임상연구 또는 치료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정해진 기간에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3년 주기의 지정갱신제도 도입한다. 갱신 과정에선 시설·장비·인력 등 지정요건뿐 아니라 연구·치료 참여실적, 관계자 교육 이수 여부,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관련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은 올해 하반기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 모니터링에서 재생의료 관련 거짓·과대광고 246건을 적발한 바 있다. 앞으로 첨단재생의료에 특화된 광고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광고 가이드라인을 내년 3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미승인 시술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은 안전관리기관이나 관할 보건소가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이나 고발 조치를 진행한다. 병원 내부에서 이뤄지는 자체 세포처리와 치료과정에 대해서도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세포처리시설의 품질·안전관리 기준을 정비하고 점검을 강화한다.
이상반응은 중대성에 따라 보고시점을 달리하고, 장기추적조사 자료를 건강보험 등 공공데이터와 연계해 조사 대상자가 누락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장기 안전성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AI·로봇 기반 제조혁신…연간 R&D 2000억원 이상 확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이오프린팅과 세포 기반 인공조직, 항노화, 유전자 편집·전달 등 차세대 원천·치료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인공혈액과 이종장기 등 공익적 연구에도 투자를 늘린다. 우수한 기초·원천연구 성과가 비임상과 임상 단계로 이어지도록 전주기 연구개발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제조 분야에선 AI·로봇 기반 공정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를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비용을 낮춘다. 국산 소재·부품·장비 개발과 핵심원료 공급 안정화도 추진한다. 벤처·초기기업의 사업화와 투자유치를 지원하고 산업 표준과 통계도 구축한다. 전문인력 양성과 국제협력도 확대한다.
정부는 연간 국가 연구개발 투자를 2025년 900억원 규모에서 2030년 2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은 2025년 183곳에서 2030년 400곳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상연구·치료계획 승인은 2025년 누적 50건 수준에서 2030년 150건 이상으로 늘리고, 2026~2030년 국내 개발 첨단바이오의약품을 5개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규제 합리화를 지속하는 한편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주기 안전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다기관 임상연구 과제가 연구자의 참여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 원정치료 수요가 많은 질환을 근골격계 질환, 만성통증 질환, 고형암, 혈액암 등으로 나눠 탑다운 방식의 연구과제를 공모했다”며 “다만 임상연구의 경우 탑다운 과제가 아니더라도 연구자가 직접 과제를 기획해 적합 판정을 받으면 R&D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