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가 바꾼 암 치료…‘생존 연장’ 넘어 일상으로 [쿠키인터뷰]

면역항암제가 바꾼 암 치료…‘생존 연장’ 넘어 일상으로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6-07-23 06:00:07 업데이트 2026-07-23 08:44:57
이용준 해운대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왼쪽)와 임현수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이용준 해운대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왼쪽)와 임현수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암 치료의 목표가 단순한 생존기간 연장을 넘어 장기 생존과 일상 유지로 확장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반응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이른바 ‘롱테일 효과’가 나타나면서다.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를 대상으로 국소치료나 전환수술을 검토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다만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정확히 예측할 바이오마커가 부족하고, 국제적으로 표준치료에 포함된 치료법이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 지역에서는 전문인력과 임상시험 기회가 부족해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향하고,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치료 적기를 놓칠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 세포독성항암제가 암 치료의 중심이던 시기에는 전이성·진행성 암환자의 생존기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는 것이 주된 치료 목표였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일부 환자에게는 장기간 질병을 조절할 가능성까지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임현수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나타난 대표적인 변화를 ‘롱테일 효과’로 표현했다. 생존곡선의 끝부분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꼬리처럼 길게 이어지는 현상으로, 일정 환자군이 오랫동안 생존한다는 의미다.

임 교수는 “과거 세포독성항암제만 사용하던 시기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변화가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나타나고 있다”며 “이전에는 전이성 암환자에게 수술을 다시 고려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에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인 일부 선별된 환자에서 국소치료나 전환수술을 다학제로 논의할 수 있는 상황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용준 해운대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치료제 간의 상호 보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세포독성항암제, 표적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모두 크게 보면 암세포의 특정 표적을 겨냥하는 치료로, 효과를 보려면 해당 표적이 존재해야 한다”며 “반면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 작용기전이 달라 서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의로서는 한 약제를 다른 약제로 교체하는 개념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치료를 조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10년 이상 축적된 임상 경험…“안정적 사용 환경 조성”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는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와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있다. 지난 201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PD-1 억제제로, 사용 범위를 넓히며 다양한 암종에서 임상 근거와 실제 진료 경험을 축적했다.

임 교수는 “옵디보의 가장 큰 강점은 10년 이상 축적된 임상 경험과 실제 진료 근거를 바탕으로 임상의가 익숙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오랜 기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어떤 환자에게 적용하기 적합한지, 어떤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고 짚었다.

이용준 해운대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이용준 해운대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이 교수는 “암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두경부암이나 흑색종 등에서도 장기 생존 환자군이 결코 작지 않다”며 “10년 전까지만 해도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서 삶의 질이 점차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일부 암종에서 증상을 최소화한 상태로 장기간 질병 진행 없이 지내는 환자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위암과 신장암은 발생기전과 치료 전략이 다르다. 그러나 임 교수는 두 암종 모두 환자가 전체 치료 과정에서 면역항암제를 적어도 한 번 사용할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진행성 위암은 과거 5년 생존율이 약 5~7%에 불과했지만,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연구에서는 전체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이 약 12~15% 수준으로 과거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결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내약성이 좋아 고령 환자에서도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임 교수는 치료 당시 89세였던 위식도접합부암 환자를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종양이 주변 조직과 유착돼 있어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었고, 수술 자체가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수술 대신 항암치료를 선택했고 현재 약 2년 가까이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신장암에서도 다양한 치료 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임 교수는 “신장암에서도 면역항암제를 통해 보다 많은 환자가 장기 생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옵디보는 신장암 1차 치료에서 이중 면역항암요법뿐 아니라 표적항암제와의 병용 등 여러 치료 전략에 활용할 수 있어 가능한 한 1차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면역항암제는 생물학적 특성이 서로 다른 식도암과 간암, 호지킨림프종에서도 치료 지형을 바꾸고 있다. 식도암은 과거 수술 전 방사선치료를 거쳐 수술했음에도 잔존암이 발견되면 별다른 추가 치료법이 없었다.

이 교수는 “현재는 옵디보 보조요법을 통해 무질병생존기간(PFS)을 약 11개월에서 22개월로 두 배 가까이 연장한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며 “전이성 치료 환경에서도 옵디보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 또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이라는 선택지가 생겨 실제 진료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간암에선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주요 치료법으로 쓰인다. 다만 혈관신생 억제제인 베바시주맙은 간기능 저하나 간경화, 식도정맥류 등으로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와 비교해 우수한 치료 성적과 약 35%의 반응률을 보였다”며 “향후 급여권에 진입하면 실제 진료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혈액암에서도 면역항암제의 역할은 분명하다.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나 이중항체 등 혁신적인 치료법이 등장했지만, 호지킨림프종은 종양세포가 PD-L1을 과발현해 면역 공격을 피하는 특성이 있어 PD-1 억제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전공의 시절 여러 차례 항암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게 옵디보 치료를 시작한 뒤 두 사이클 만에 완전대사반응을 확인한 경험이 있다”며 “서로 생물학적으로 다른 고형암과 혈액암에서도 면역항암제가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체감한 사례였다”고 전했다.

수도권 대형 병원 이동하는 환자들…“치료 기회 놓쳐”

두 교수는 지역에서도 표준화된 암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지만, 적지 않은 환자가 암을 진단받은 뒤 수도권으로 이동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임상시험 참여가 필요한 경우에는 수도권 진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지역에서 곧바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까지 대형 병원 예약을 기다리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다.

이 교수는 “1~2주 안에 항암치료나 적절한 중재가 필요해 보이는 환자가 첫 외래를 2~3주 뒤에 보고 실제 치료는 4~6주 뒤에 시작하기도 한다”며 “지역에서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환자가 대형병원 진료를 기다리다 치료 기회를 잃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여러 기저질환이나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는 암 치료와 다른 질환 관리가 분리되면서 종합적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진료 연속성이 끊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수도권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장거리 이동에 지쳐 지역으로 돌아왔을 때 기존 치료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으면 진료 연계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 치료 중 발생하는 이상반응도 진료 연속성이 부족하면 조기 인지와 대응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임현수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임현수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임 교수는 “위암처럼 질병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 암은 치료 반응을 자주 확인하고, 1차 치료가 듣지 않으면 신속하게 2차 치료로 넘어가야 한다”며 “그러나 수도권 병원 예약과 장거리 이동 등으로 진료가 지연되면 다음 치료를 받을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지역 암 치료 환경을 개선하려면 다학제 진료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암 환자의 치료 방향을 정하려면 종양내과와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분야 전문의가 함께 판단해야 하지만 지역에는 일부 분야의 숙련된 전문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일부 분야의 숙련된 전문의가 부족하면 최적의 치료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며 “특히 뼈를 침범한 종양처럼 종양 전문 정형외과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지역의 인력 부족을 크게 체감한다”고 토로했다.

치료 접근성 개선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제적으로 표준치료에 포함됐지만, 국내에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최근에는 약제를 비급여로도 사용할 수 있는 시점이 다소 빨라졌지만, 약제비가 한 달에 1000만원에 이르기도 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면서 “효과가 입증된 치료를 필요한 환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 접근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희귀암 환자의 임상시험 접근성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 교수는 “치료 옵션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 임상시험은 새로운 무기와 같지만,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환자는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며 “지역에서도 필요한 전문인력과 임상시험 기회를 확보해야 환자가 거주지 가까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치료 포기하는 환자들…“진료 연속성 유지 중요”

임 교수는 면역항암제 치료를 고려하거나 이어가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치료 가능성을 끝까지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표준치료로 확립된 면역항암제와 항암치료는 지역의 거점병원에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으며, 서울과 치료 수준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진행성 암은 증상과 이상반응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치료 반응에 따라 다음 치료를 적절한 시점에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라고 피력했다.

이 교수도 “약물에 좋은 반응을 보이다가 질병이 다시 진행하면 환자와 보호자가 자신을 탓하기도 하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라며 암종과 전신 상태를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하고, 치료 중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의료진과 늦지 않게 상의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다른 치료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희망을 너무 빨리 놓지 않았으면 한다”며 “면역항암제 외에도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수술, 임상시험 등 여러 선택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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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