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판사에 ‘협박성 메일’ 물의

검사가 판사에 ‘협박성 메일’ 물의

기사승인 2009-01-30 00:52:00
[쿠키 사회] 검사가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고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에게 협박성으로 느껴질 수 있는 메일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검사는 같은 사건 결심공판 때 재판진행에 불만을 품고 일방적으로 퇴정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9일 대검찰청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을 수사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A검사는 지난해 11월24일 배임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이규진 부장판사에게 항의성 메일을 보냈다. A검사는 자정을 전후한 밤늦게 대검청사에서 모두 6차례 이 부장판사에게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일에는 A검사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변 전 국장 등의 혐의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들어있었으며, 협박성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판사는 A검사의 메일이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 판단하고 즉각 서울중앙지법 상부에 보고했으며 중앙지법은 기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검찰청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한 검찰은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해당 검사에게 판사를 찾아가 사과하도록 지시했다. A검사는 직접 이 부장판사를 찾아가 문제성 표현에 대해 해명했고, 이 부장판사가 A검사의 사과를 받아들여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아직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판결이 난 뒤 검사가 사건 관련 증거를 제시하는 이유가 뭐냐”며 “판사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낸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도 검찰이 협박성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하자 “글쎄요…협박성으로 느낄 만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건 당사자인 이 부장판사는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A검사가 보낸 메일에는 부적절한 언어가 나열돼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A검사의 행동이 부적절하긴 했지만 절대 협박성 메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은 수사검사가 수사하면서 느낀 소회 등을 장문에 담은 것”이라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내용이 있긴 했지만 협박성 메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A검사는 지난 21일 단행된 중간간부 인사에서 30일자로 지방의 한 지청장으로 발령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사회부공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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