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장학금 낮은 이유…대학 과욕에 경제 위기도 겹쳐

로스쿨 장학금 낮은 이유…대학 과욕에 경제 위기도 겹쳐

기사승인 2009-03-03 20: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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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로스쿨 전액장학금 지급 실적이 눈에 띄게 저조한 이유는 각 대학들이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해 능력 이상으로 장학금 지급 계획을 부풀려 잡았기 때문이다.

◇대학들 지나친 과욕이 문제=교육과학기술부는 로스쿨 선정 당시 교수구성 현황, 학교 시설 등과 함께 장학금 수혜비율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교과부는 로스쿨 신청 대학의 전액장학금 지급비율이 전체 학생수의 20% 이상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각 대학에서는 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장학금 수여비율을 높여 최고 50% 이상의 학생들에게 전액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마땅한 장학금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사정마저 어려워지면서 지원을 약속한 외부장학금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각 대학들이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해 현실성이 없는 계획을 내놓고 실제 장학금 재원을 마련할 수가 없게 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학금 늘려라=로스쿨 장학금 수혜 비율이 지나치게 낮아지자 정부와 한나라당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법무부와 당정협의를 가진 장윤석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경제 취약자의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 장학금제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채동욱 법무실장도 "현재 전액장학금 수혜자가 전체 로스쿨 재학생의 16.5%인데 저소득층 장학금 지급 확대에 협조하지 않는 대학은 로스쿨 인가 취소 등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금과 같이 하면 학부까지 합쳐 학비만 1억원 가까이 들여야 변호사 시험장에 갈 수 있어 가난한 사람은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면서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들 해명=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은 장학금 수혜 학생 수가 아닌 지급 액수를 기준으로 하면 로스쿨 인가 당시 정한 장학금 비율을 달성했다고 해명했다. 서울대 법대 정상조 교무부학장은 "장학금 신청을 받아보니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아 전액장학금 수혜자를 줄이고 반액장학금을 상당수 늘렸다"면서 "장학금 액수는 인가시 제시한 총액 25%가 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장학금을 받는 학생 수를 늘려 전체 장학금 액수는 인가 신청시 제시한 규모를 지켰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2학기까지 지급되면 장학금 지급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는 "우리 대학은 연간 장학금으로 계산하면 4억5700여만원이 집행되는데 교육부 자료가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반면 원광대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실제 일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상당수 로스쿨들이 당초 약속했던 장학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면서 "장학금 총액을 기준으로 로스쿨 설치 인가시 밝혔던 장학금 비율을 다 충족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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