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정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20일 경주에서 열리는 박씨 문중 최대 행사인 ‘신라시조대왕 춘분대제 봉황식’에 불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른 일정이 있고, 박씨 문중의 공식적인 초청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경주 4·29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춘분대제에 불참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공교롭게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박 성향의 정수성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같은 날 열렸다.
한나라당은 경주 재보선에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종복 전 의원을 공천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친박계 정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양 계파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정 후보가 ‘무소속 당선 후 한나라당 입당하겠다’고 지난 18일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안 총장은 20일 “선거구도 전체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발언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안 총장은 17일에도 “특정인(박 전 대표)을 거론하면서 자기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 뒤에서 친이-친박 대결로 몰고 가는 듯한 모습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 후보를 압박했다. 친이계의 잇단 공격은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의 선거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정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박 전 대표를 포함해 당내 친박계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심정적으로는 정 후보를 돕고 싶지만 한나라당에 속한 입장에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평소 사적인 감정보다는 원칙을 중시해 왔다”며 “한나라당 후보 대신 무소속 정 후보에게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인터넷 팬 카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이미 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는 등 박 전 대표 의지와 무관하게 경주 재선거를 둘러싼 친이-친박간 정치적 논란이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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