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두리는 벗고 영표는 울고…환호와 눈물로 뒤덮힌 더반 스타디움

[남아공월드컵] 두리는 벗고 영표는 울고…환호와 눈물로 뒤덮힌 더반 스타디움

기사승인 2010-06-23 15:43:00
[쿠키 스포츠]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벤치를 지켰던 코칭스태프와 대기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출전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껏 포효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무릎 꿇어 기도했고 누군가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달려드는 동료들을 맞이했다.

전후반 90분 내내 ‘부부젤라’의 굉음에 파묻혔던 한국 관중석의 함성도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차게 뿜어져 나와 큰일을 해낸 우리 선수들을 격려했다. 22일(현지시간) 밤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은 이렇게 축제의 장으로 돌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이지리아와 2대2로 비긴 한국 축구대표팀은 1승1무1패(승점 4)로 같은 시간 아르헨티나에 0대2로 진 그리스(1승2패·승점 3)를 밀어내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월드컵 도전 56년 만에 처음으로 원정 대회에서 16강 무대를 밟은 것이다.

경기를 끝낸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환희와 감동, 그 자체였다.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윗옷을 벗어 어깨동무한 우리 선수들의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고 이영표(알 힐랄)는 눈물을 쏟으며 “오~주여”를 연발했다. 주장으로 낙점된 뒤 차분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이 순간만큼은 주저 없이 열광하며 기쁨을 나눴다.

한바탕 기쁨을 만끽한 우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태극기와 붉은색 티셔츠로 무장한 한국 관중석을 향해 인사했다. 환호와 눈물로 뒤덮였던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라커룸에서도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서로에게 “해냈다” “고맙다”고 격려하며 라커룸으로 돌아간 우리 선수들은 잠시 뒤 조국으로부터 날아온 이명박 대통령의 축전을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대독하자 박수로 예를 갖췄다.

옷을 갈아입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우리 선수들의 표정에는 화색이 돌았다. 아르헨티나에 완패했던 17일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평소 기자들 앞에서 말을 아꼈던 박주영(AS모나코)도 이날만큼은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돌아간 뒤에도 자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한국 관중들은 나이지리아 관중들이 대부분 자리를 비워 텅 빈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축제를 계속했다. 더반(남아공)=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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