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송강호 “‘변호인’ 출연, 아내가 뭐가 겁나냐고 하더라”②

[쿠키 人터뷰] 송강호 “‘변호인’ 출연, 아내가 뭐가 겁나냐고 하더라”②

기사승인 2013-12-04 16:53:00

[인터뷰] ‘속물 세법 변호사’를 자처하는 고졸출신 변호사 송우석은 “대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 데모나 하고 부모들 속 썩인다”고 뉴스를 평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 국밥집 아주머니가 달려와 울며 애원하는 모습에 귀찮음 반, 미안한 마음 반으로 찾아간 구치소에서 그는 충격을 경험한다.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만들어낸 용공조작사건인 ‘부림사건’을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의 내용이다. 변호사 송우석은 당시 사건을 변호했던 사람 중 하나인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궤적을 쫓는 캐릭터다. 영화가 띠고 있는 정치성은 민감하기 그지없다.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에 ‘평점 테러’가 이루어질 정도다. 주변 사람들이 출연을 말리고도 남을 영화인데, 4일 오전 광화문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이 양반들이 남의 일이라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하나 할 정도로 용기를 많이 주던데요.” 너털웃음을 터트린 송강호의 말이다. 그러나 송강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송강호의 아내다. ‘변호인’의 출연을 처음 거절한 후 송강호는
일주일 동안 고민했다. 그런 그에게 아내는 ‘결정적 한방’을 날렸다고.

“당신이 아주 젊고 ‘핫’하고 최고의 지위에 있는 배우라면 모르겠다. 그렇지만 산전수전, 우주전까지 겪은 당신이 겁날 게 뭐가 있나.” 아내의 말에 송강호는 내심 놀랍고 고마웠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사실은 박찬욱 감독이 아니라 박찬욱 할아버지라도 아마 내 마음 10% 이상을 움직이기는 힘들 거다”라며 웃은 송강호는 “그러나 집사람은 별 것 아닌 말 한마디로 나를 움직였다”고 털어놨다. “내 마음의 99%를 바꿔버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집사람이다”라는 송강호의 말에서는 아내를 향한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

영화 ‘설국열차’ ‘관상’ 등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송강호에게 다음 작품 계획을 물었다. 이에 송강호는 “무계획”이라고 단언했다. 2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와서 푹 쉬고 싶다는 것.

“어떤 기사에서 그런 말을 봤어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볼드모트’도 아니고 왜 언론시사회에서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느냐고.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 선입견 없이 봐줬으면 해서입니다. 관객이 어떤 편견이나 정치적 견해 없이 영화에 접근했으면 합니다.” 영화 ‘변호인’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15세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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