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노조가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제도 통합안을 놓고 오는 17일 재투표에 돌입한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8일 사측과 잠정 합의한 협상안을 노조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에 붙였으나 찬성이 약 47%에 그쳐 부결됐다.
하나은행 내외부에서는 이번 재투표가 오는 3월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노사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15일 하나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17일 재투표 계획을 노조원을 대상으로 공지했다. 내부에서 투표 시점을 다소 늦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노조는 직원의 복지와 관계돼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재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옛 하나·외환은행은 2015년 통합했지만 지금까지 제도가 이원화돼 출신은행별로 인사·급여·복지제도 등이 달리 운영되고 있다. 일례로 하나은행은 현재 옛 하나은행 직원은 4직급 체계, 옛 외환은행 직원은 10직급 체계를 적용받고 있다.
노사는 지난달 합의안에서 직급체계를 4단계로 통일하고 복지제도는 두 은행 제도를 모두 수용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임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옛 외환은행 수준으로 양측 직원의 임금을 조정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 재투표의 찬반투표 통과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진행된 찬반투표가 급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조합원의 찬성률이 낮은 반면 이번 재투표에서는 조합원의 동의를 구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이진용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앞서 투표는 급작스럽게 진행돼 조합원들이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시간을 두고 설명에 나선 만큼 앞서 투표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투표에 붙여지는 제도 통합안은 28일 통합안과 크게 차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통합안의 요율과 직원 혜택 측면에서 조금 개선된 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존 통합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제도 통합안이 찬반투표를 통과할 경우 노사는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올해 9월까지 제도통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통합안의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 1월로 계획돼 있다.
한편 하나은행 내외부에서는 이번 통합안의 찬반투표 결과가 함 행장의 연임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함 행장이 채용비리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옛 하나·외환은행의 제도 통합 지연은 연임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함 행장이 연임을 앞두고 노조와 제도 통합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