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vs숙녀 ‘반상 드라마’ 지지옥션배 예선 종료…관심사는 ‘와일드카드’ [바둑]

신사vs숙녀 ‘반상 드라마’ 지지옥션배 예선 종료…관심사는 ‘와일드카드’ [바둑]

후원사가 선정하는 ‘와일드카드’에 관심 집중
신사팀 우세하다는 관측 속에 ‘서봉수’ 거론
숙녀팀 전력 보강 위해 조승아·김채영 물망

기사승인 2025-05-18 06:00:07
지지옥션배 예선을 통과한 유창혁 9단. 대주배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꺾는 등 최근 기세가 좋다. 한국기원 제공

매주 월~화 오후 7시 경기를 펼쳐 ‘반상의 월화 드라마’로 불리는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이 예선을 마치고 19번째 대회의 힘찬 첫걸음을 시작했다.

1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신사팀과 숙녀팀 모두 총 12명의 선수단 중 11명의 구성을 완료했다. 신사팀은 랭킹 시드를 받은 조한승·목진석·최명훈 9단을 필두로 이창호·유창혁 9단 등 8명이 예선을 뚫었다.

숙녀팀은 최정·김은지·오유진 9단이 본선 시드를 받은 가운데 예선에서 상위 랭커들이 대거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여자 랭킹 4위 조승아 7단이 예선 결승에서 이정은 1단에게 일격을 맞고 탈락했고, 5위 김채영 9단은 김주아 3단에게 패해 자력 본선 진출이 불발됐다. 6위 스미레 4단 또한 이나현 1단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전력 누수가 큰 상황이다.

예선을 뚫은 선수들 면면을 살펴보면, 먼저 신사팀은 대체로 강자들이 예상대로 합류했다는 평가다. 지난 16일 대주배 결승 맞대결을 펼친 유창혁·이창호 9단이 본선에 올랐고, 지지옥션배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던 한종진·이정우 9단 등 강호들이 진용을 갖췄다.

반면 숙녀팀은 신예 기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예선 결승에서 김혜민 9단을 꺾은 김상인 3단, 준결승에서 박지은 9단을 격침한 백여정 1단 등의 활약으로 신·구 세대 교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지난 18번의 대회에서 신사팀과 숙녀팀은 서로 9승 9패로 팽팽히 맞섰다. 이번 대회 결과로 균형이 깨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예선 결과를 토대로 한 선수단 구성에서는 신사팀이 다소 두터운 것 아니냐는 평가가 우세하다.

영화 ‘승부’ 실제 주인공 이창호 9단도 예선을 뚫고 신사팀에 합류했다. 한국기원 제공

이런 가운데 주최측에서는 와일드카드 선정을 위한 숙고에 들어갔다. 과거 신사팀 명칭이 ‘시니어팀’이었을 때, 고령 프로기사를 우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선발전에서도 한 번 더 나이 제한을 둔 적이 있었다. 모든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여자팀(당시)과 달리, 시니어팀은 출전 연령 제한(만 40세 이상)이 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체 선발전에서 한 번 더 나이로 구간을 설정해 선수를 나눠 선발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시니어팀이 여자팀에 계속 패하는 현상이 지속됐고, 무작위 추첨을 통한 선발전을 펼치면서 전력을 강화한 이후 최근 3년 연속 ‘신사팀’이 승리했다. 전력 균형은 맞추게 됐지만, ‘레전드 프로기사’의 경기를 다시 보고 싶은 올드 팬들의 니즈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와일드카드 후보 중 한 명이 바로 서봉수 9단이다. 서 9단은 이번 대회 예선에 출전했으나 ‘반집의 승부사’ 안조영 9단에게 패하면서 탈락했다. 초창기 지지옥션배에서 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팬들에게 ‘진로배 신화’를 재현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던 서 9단이 주최측 와일드카드로 오랜만에 지지옥션배에 합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반면 숙녀팀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최근 지지옥션배에서 ‘끝판왕’ 면모를 보이고 있는 조한승 9단이 건재하고, 목진석·최명훈·유창혁·이창호 9단 등 후반을 책임질 강자들과 초·중반 연승을 달릴 수 있는 한종진·이정우 9단 등 고른 전력을 갖춘 신사팀과 달리, 숙녀팀은 예선에서 이변이 속출하면서 예년보다 평균 랭킹 면에선 많이 떨어진 구성이다.

이에 따라 숙녀팀 와일드카드는 랭킹 4위 조승아 7단, 5위 김채영 9단, 6위 스미레 4단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지옥션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7위 조혜연 9단, 9위 김혜민 9단을 중용해 신예 기사 일색인 숙녀팀의 신·구 조화를 이루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다.

한편 3년 연속 신사팀 우승을 책임진 조한승 9단은 “숙녀팀 선수들에게 많이 지는데 지지옥션배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신사팀이 이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9-9 동률이라고 하니, 이번 대회까지는 이겨보겠다”는 임전 소감을 전했다.

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제19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총규모는 2억4500만원이며, 우승 상금은 1억 2000만원이다. 3연승 시 200만원의 연승상금이 지급되며, 이후 1승당 100만원의 연승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30초로 진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