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북한군 현대판 노예의 희생자”…유엔총회 北인권 고위급회의 첫 개최

“러 파병 북한군 현대판 노예의 희생자”…유엔총회 北인권 고위급회의 첫 개최

기사승인 2025-05-21 07:29:45
북한인권 관련 고위급회의 열리는 유엔총회 회의장. 사진=주유엔 한국대표주 제공

유엔총회가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주민 인권 침해 상황을 다루는 첫 고위급 회의를 열었다.

20일(현지시간) 휴먼라이츠워치(HRW) 등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전체 회의인 이번 회의는 제81대 유엔총회 의장인 필레몬 양의 주재로 소집됐다.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침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고위급 전체 회의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유엔총회가 지난해 12월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 따라 개최됐다. 지난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는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다루기 위해 시민사회 관계자와 전문가의 증언을 듣는 고위급 회의를 열 것을 유엔총회 의장에게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러 국제 인권 단체와 북한이탈주민(탈북자)들이 이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를 상세히 증언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날 발언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 그치지 않고 중동과 동유럽을 포함한 국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러시아는 물론 이란을 통해 중동 지역 테러단체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중동과 유럽에 불안정과 폭력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 근본 원인은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11살의 유서'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탈북자 김은주씨는 젊은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러시아 편에서 싸우며 현대판 노예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3년 10m 길이 목선을 타고 탈북한 강규리씨는 북한에 여전히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인권을 박탈당한 채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 씨는 자신이 다섯 살 때 할머니가 민속 신앙을 믿는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평양에서 시골로 추방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봉쇄가 북한 당국에 자유를 억압할 완벽한 변명과 기회를 제공했다며 친구 두 명이 한국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했다고 증언했다.

회의에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 표명이 대화와 진정한 개혁으로 이어져야 하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편 당사국 자격으로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북한의 김 성 주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가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에 위배된다”면서 “이날 회의 내용이 숨은 세력에 의한 책략과 조작”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그는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자기 부모와 가족조차 신경 쓰지 않는 '인간쓰레기'(scum)를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라며 증언에 나선 탈북자들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위원회와 같은 인권 단체들은 한미를 포함한 적대적 정부의 정치적, 재정적 후원하에 우리 시민들에 대한 선동과 조작된 증언을 제공하는 인권 하수인들의 집단”이라며 “오늘 회의는 이런 사기꾼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
정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