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이 췌장암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 후 재발률이 높은 특성 때문에 가장 치명적인 고형암으로 꼽힌다. 실제 췌장암은 발견 시 대부분 말기로 진행된 상태가 많아 전체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 이하에 불과하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 중인 수술, 방사선, 항암화학요법 등 췌장암 치료법은 환자 생존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면역함암제 및 표적치료제 발달에도 불구하고 췌장암은 낮은 면역 침투율과 복잡한 종양 미세환경으로 ‘치료 저항성 암종’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종양 선택성을 높이면서 정상세포에 미치는 독성 등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췌장암 치료제 개발의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메소텔린(MSLN)은 췌장암 뿐 아니라 난소암, 중피종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고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 종양 특이적 항원으로, 이를 정밀하게 표적하는 치료전략은 높은 선택성과 치료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췌장암 성장 80% 억제
생명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정주연 박사팀은 메소텔린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췌장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유독 췌장암세포에서만 많이 발견되는 메소텔린을 주목, 낙타나 라마의 항체에서 유래한 ‘나노바디’를 이용해 메소텔린에게만 달라붙는 물질을 개발했다. 나노바디는 기존 항체 대비 1/10 수준의 작은 크기와 높은 안전성, 낮은 면역원성, 저렴한 생산단가 등의 이점을 갖는다,
이 중 ‘D3 나노바디’는 크기가 작아 암세포 깊숙이 침투할 수 있고, 메소텔린과 강하게 결합해 암세포 이동성과 침투력을 차단하는 동시에 암이 다른 곳으로 퍼뜨리는 유전자 활동까지 억제했다.
연구팀은 ‘D3 나노바디’에 화학 항암제 ‘젬시타빈’을 탑재한 특수 지질나노입자(LNP)를 더한 차세대 항암제 ‘D3-LNP-GEM’을 제작했다.
젬시타빈은 DNA 복제 과정 중 암세포의 DNA 가닥에 삽입돼 복제를 중단 시키고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항암제로, 췌장암을 비롯해 비소세포 폐암, 방광암, 유방암 등에 사용한다.
때문에 ‘D3-LNP-GEM’는 암세포만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스마트 약물 유도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 이를 췌장암 생쥐모델에 투여한 결과 암세포 성장이 80% 이상 억제됐다. 아울러 정상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기존 항암제보다 더욱 강력하면서도 안전한 결과를 보였다.
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췌장암에서 과발현되는 메소텔린 항원을 나노바디를 이용, 정밀 표적화한 치료전략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암종으로 플랫폼을 확장토록 후속 연구와 임상 적용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4월 21일 국제학술지 ‘Molecular Cancer (IF 27.7)’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 Advancing pancreatic cancer therapy by mesothelin-specific nanobody conjugation / 교신저자 : 정주연 박사 / 제1저자 : 이소연·노경희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