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이 중국 절강성 자싱시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타 식품기업들이 동남아 등으로 생산 기반을 넓혀가는 가운데, 삼양은 중국 내 투자를 확대하며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다만 중국에 대한 불안정한 통상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이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3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최근 중국 절강성 자싱시 마자방로에서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자싱공장에는 총 2014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연간 8억4000만개의 불닭볶음면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이곳에서 만든 제품은 전량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중국의 불안정한 대외 환경이다. 식품이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외국계 기업 전반에 대한 행정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식품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각종 검사나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통관 지연 등 행정 처리 과정에서도 불편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중견기업 가운데 29.4%는 ‘기술 규제’나 ‘통관 지연’ 등 비관세 장벽을 여전히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로, 지금까지도 현장에서 체감되는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식음료 업계는 최근 몇 년 새 생산거점의 무게추를 중국보단 동남아에 두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 롱안성에 해외 생산기지를 설립해 김치·만두·스프링롤·HMR 제품 등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인근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해당 공장은 올해까지 약 1000억원 규모로 증설될 예정이다.
오리온도 베트남 법인에 약 1300억원을 투자해 하노이 옌퐁공장 내 공장동을 증설하고, 쌀스낵·파이·젤리 등 현지화 제품 생산을 강화할 방침이다. 전체적으로는 9000억원 규모의 생산능력 확보를 추진 중이며, 올해 착공한 하노이 3공장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정치·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중장기적인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차세대 생산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양이 중국 투자를 선택한 것은 다소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할 결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양식품은 “중국이 전체 수출 물량의 25%가량을 차지한다는 점과 중국 내 불닭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는 점, 삼양식품 중국 판매법인과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자싱시에 첫 해외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결정을 단순한 시장 확대 차원을 넘어 전략적 판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거기다 짓기로 한 건 아무래도 단순한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결국은 현지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니까 가능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업계도 이번 결정을 단순한 ‘모험’으로 보진 않는 분위기다. 하나증권은 전날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33% 올린 180만 원으로 조정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7년 초 중국 생산기지 완공 계획 감안 시 내년 및 후년까지도 생산능력 증설 효과는 이어져 매년 25%씩 생산 능력이 증가하는 셈”이라며 “견조한 ‘불닭’ 구글트렌드를 감안할 때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해외 커버리지 침투가 증대할 공산은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