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커지는 아모레-LG생건…또 희비 엇갈린 ‘뷰티 빅2’

격차 커지는 아모레-LG생건…또 희비 엇갈린 ‘뷰티 빅2’

아모레, 2분기 영업이익 737억…중국·북미 실적 견인
LG생건, 화장품 부문 적자 163억…중국 부진·면세 축소 여파
격차 벌어진 뷰티업계…전략 실행 속도와 시장 대응력 변수로

기사승인 2025-08-05 06:00:09

국내 화장품업계 ‘투톱’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2분기에도 극명히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시장 회복과 고급 브랜드의 선전에 힘입어 8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부문 적자 전환과 중국 부진 여파로 60% 넘는 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5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3% 증가했다. 매출은 1조50억원으로 11% 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 전체로 봐도 호조세는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의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5% 증가했고, 매출 역시 8.9% 늘어난 1조950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의 핵심은 해외사업이었다. 2분기 해외사업 부문에서만 3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611% 증가했다. 매출은 14% 늘어난 4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국 시장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전년 동기 기저효과와 함께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려’, ‘라네즈’ 중심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중국 매출은 약 30%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시장에서도 각각 10%, 18% 수준의 성장을 나타냈다. 북미에서는 세포라 입점을 중심으로 라네즈 립·스킨케어가 각각 10~20% 성장했고, 신제품을 출시한 에스트라는 4월 세포라 신규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동시에 국내 시장도 선방했다.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약 5500억원,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164% 뛰었다. 일회성 인센티브 비용 120억원이 있었지만 마케팅비 효율화와 전통 유통 채널의 수익성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설화수 윤조 에센스’, ‘아이오페 레티놀’ 등 럭셔리 제품의 꾸준한 수요와 ‘마몽드’, ‘한율’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 증가도 주효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5.4% 줄었고, 매출은 1조6049억원으로 8.8%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은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여 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는 각각 6.4%, 12.9%의 매출 증가를 이어갔지만, 중국 매출이 8% 감소하며 전체 실적에 부담을 줬다.

이런 가운데 LG생활건강에 보다 근본적인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상장 1년4개월 차인 뷰티 신흥 강자 에이피알이 최근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한때 25조원대였던 LG생활건강의 시총은 현재 5조원대로 쪼그라든 반면, 에이피알은 K-뷰티 열풍을 바탕으로 6조원을 넘긴 것이다.
 
업계에선 LG생활건강의 수익성 악화 원인을 면세 채널 부진과 고정비 부담 탓 등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LG생활건강은 중국향 브랜드 가치 회복을 위해 면세 유통 물량을 줄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면세 매출이 급감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와 매출 감소로 1분기 흑자를 냈던 중국 사업도 2분기엔 적자 전환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실적 격차가 단순한 외부 환경의 차이만은 아니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은 체질 개선과 수익 구조 다변화, 브랜드 포지셔닝 재정비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LG생활건강은 핵심 유통채널 정비와 브랜드 이미지 회복 작업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와 유럽에서 브랜드 다각화와 세포라 전략이 맞물리며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라며 “전통 유통 채널 정비와 고급 브랜드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LG생활건강은 면세 채널의 축소와 함께 기존 강점이던 중국 내 브랜드 충성도가 흔들리면서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양사의 실적 격차는 단기 실적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전략의 속도와 유연성에서 비롯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