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더를 지우고 취향을 덧입힌다. K-뷰티 색조 브랜드 ‘라카(Laka)’도 성수에 집을 지었다.
젠더 뉴트럴을 내세우는 K-뷰티 브랜드 라카가 9일 서울 성수동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공식 오픈한다. ‘경계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공간에 구현한 이번 매장은, 브랜드 리브랜딩 이후 오프라인에서의 첫 행보로 주목된다.
7일 기자가 찾은 라카 플래그십 스토어는 ‘고급스러운 경험’에 집중한 매장 구성으로 꾸며져 있었다. 매장 전체는 은은한 조도로 설계돼 과도하게 밝지 않으면서도, 제품 라인이 한눈에 보이도록 시야를 넓게 구성했다. 매장 벽면과 디스플레이는 질감이 느껴지는 마감재를 사용해 공간 전체에 균형감을 부여했다.
매장 한쪽 벽면에는 자신의 퍼스널 컬러에 따라 립 제품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구성된 컬러 가이드가 마련됐으며, 또 다른 한켠에는 고객이 원하는 색상을 조합해 나만의 립 컬러를 만드는 ‘믹솔로지 바’ 체험존도 설치돼 있었다.

라카는 이번 스토어에서 △‘프루티 글램 틴트’ 50컬러 △‘미니틴트’ 90컬러를 포함해 총 399종의 립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외관은 시그니처 컬러로 지정된 ‘프루티 글램 틴트 115호 엔비(Envy)’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약 13.6m 높이의 붉은 외관은 성수동 일대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다.
현장 관계자는 “라카는 맨즈 뷰티 라인을 따로 두지 않고,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컬러와 제형을 제안해왔다”며 “남성 고객들도 광이 과하지 않고 끈적임이 덜한 제품을 부담 없이 고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라카의 주 고객층은 20대 중후반이다. 이에 매장도 고급화 전략을 사용했다. 10대를 타깃으로 한 기존 색조 브랜드보다는 벨벳 컬러, 실버 포인트 등으로 강조한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전통적인 핑크 위주의 K-뷰티 색조 이미지에서 벗어나, 취향 중심의 컬러 실험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임지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성수동은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의 방문객이 몰리는 창의적 중심지이자 라카의 철학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소”라며 “이번 공간을 시작으로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라카만의 차별화된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라카는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고 답했다. 임 디렉터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사는 게 안전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을 찾고 싶어하는 욕구는 있다”며 “그 욕구를 긁어주는 브랜드가 되면 충성 고객이 생긴다. 마이너 취향을 정교하게 공략했기에 메인 브랜드로 올라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디렉터는 ‘한계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제품 컬러 스펙트럼을 실질적으로 확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딥한 피부톤을 가진 분들도 선택할 수 있도록 컬러 폭을 넓히는 것이 첫걸음이었다”며 “올해 말까지 한 라인에서 최대 100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