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스포츠] ‘노골’ 처리된 북한대표팀 공격수 정대세(25·가와사키)의 헤딩슛이 끝없는 논쟁을 불러온 가운데 전문가들도 정답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대세의 헤딩슛은 축구계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노골’ 논란에서 또 하나의 미제로 남을 전망이다.
정대세는 지난 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한국과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5차전에서 후반 2분쯤 홍영조의 크로스를 우리 골문 하단 구석으로 향하는 헤딩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으로 선제골 기회를 놓쳤다.
정대세의 슛은 골문 안쪽으로 들어가는 듯했으나 애매한 위치에서 이운재의 손에 가로 막혔다. 규정상 12cm 골라인의 안쪽 마지막 부분과 골문 안쪽으로 들어간 공의 끝 지점이 수평선을 이룰 때 골로 인정된다. 현장에서 심판진은 정대세의 슛을 노골 처리했고 북한은 더 이상 한국 골네트를 흔들지 못하고 0-1로 졌다.
김정훈 북한대표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심판은 공정해야하지 않은가. (정대세의 슛이) 골 라인을 완전히 넘어갔는데 주심은 무시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한국 축구팬들도 “이운재가 공을 쳐낸 지점이 우리 골문 안쪽이었다”고 주장하며 김 감독의 손을 들었다.
대한축구협회가 2일 기술국 회의에서 분석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도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신우 MBC 해설위원은 전화통화에서 “공이 100% 골문 안쪽으로 들어가야 골로 인정되는 데 완전히 들어갔는 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성화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같은 입장을 나타내면서 “정대세의 골로 인정됐다면 우리에게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방송 중계를 진행했던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첫 판정을 내려야할 부심의 위치가 이운재의 몸에 가려져 공을 볼 수 없는 곳이었다”고 애매한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시도하는 ‘골라인부심제’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애매한 골 판정은 축구계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명제다. 지난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개최국 잉글랜드와 서독의 결승전에서 나온 애매한 골 판정은 반세기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화자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6 독일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프랑스의 파트리크 비에이라의 헤딩슛이 노골 처리되며 극적인 1-1 무승부를 거둔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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