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스포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위해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소속팀에 기꺼이 보내줬던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이 무안한 입맛을 다시게 됐다.
박지성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버밍엄시티와의 2009∼2010시즌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에서 결장했다. 11명의 선발 명단은 물론, 7명의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완전 결장이다.
허 감독은 지난 12일 파라과이와의 국가대표팀 간 친선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앞둔 박지성을 차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허 감독의 이 같은 배려를 반영하지 않았다. 허 감독이 퍼거슨 감독에게 무시를 당한 꼴이 됐다.
퍼거슨의 관심 밖이었던 허정무의 배려
허 감독은 지난 3일 “맨유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박지성에게 다음 시즌 초반은 매우 중요하다”며 총 23명의 국가대표팀 차출 명단에서 박지성을 제외한 이유를 들었다. 이 소식은 이튿날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전해졌다.
허 감독의 이 같은 결정에는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악몽에 시달려왔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2005년 7월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2005∼2006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고 2006∼2007시즌에는 교체 출전했으나 이후 개막전에서 모두 제외되는 불운을 맞았다. 올해까지 세 시즌째다.
물론 허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개막전만 생각한 것은 아니다. 박지성이 시즌 초반을 위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박지성이 개막전을 포함해 오는 22일까지 치러지는 세 차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허 감독의 배려는 허공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박지성 개막전 결장 “왜?”
허 감독의 배려는 차치하더라도 박지성의 개막전 결장은 예상 밖이었다. 맨유가 과도한 프리시즌 일정으로 인해 극심한 전력 누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박지성은 지난달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개막전을 하루 앞둔 15일 팀 합숙에 참여하는 등 높은 출전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결장 사유 가운데 설득력을 얻는 것은 퍼거슨 감독이 시즌 초반 숨가쁜 일정을 맞아 선수단의 체력을 분배하기 위해 박지성 등 주전급 선수들을 골고루 경기에 투입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맨유가 버밍엄시티와의 개막전 이후 19일 번리, 22일 위건 애슬래틱을 상대로 정규리그 경기를 갖는 등 한 주 만에 3라운드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경기에는 박지성이 선발 출전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나온다.
박지성의 빈곤한 골결정력도 결장 사유로 거론되고 있다. 마이클 펠란 맨유 수석코치는 1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에게 더 많은 득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버밍엄시티가 2부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돼 상대적으로 약체로 보이지만 올 시즌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구단의 입장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박지성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지성이 관중석에서 개막전을 지켜보는 동안 팀내 주전 경쟁자인 루이스 나니와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측면 미드필더로 나와 맨유의 1대 0 승리를 거들었다. 올 시즌에도 박지성에게 힘겨운 자리 다툼이 예고된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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