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첫 출전을 놓쳐?”…중계방송 불방 사태에 항의 폭주

“박지성 첫 출전을 놓쳐?”…중계방송 불방 사태에 항의 폭주

기사승인 2009-08-20 13:50:02

[쿠키 스포츠] 축구팬들이 뿔났다.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처음 출전한 경기를 국내 방송사가 중계 방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독점적 국내 중계권을 가진 SBS 스포츠채널은 20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번리 터프무어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번리의 2009∼2010시즌 정규리그 2라운드를 중계하지 않았다.

박지성이 나흘 전 버밍엄시티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결장했던 만큼 번리전의 출전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따라서 축구팬들은 박지성의 올 시즌 첫 출전을 TV로 지켜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브라운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중계방송 채널에서는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와 일본 프로야구 녹화 중계가 방송되고 있었다. 박지성이 선발 출전한 데다 맨유가 상대적 약체인 번리에 전반 19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한 채 끌려다니는 이변이 연출되고 있었지만 다수의 국내 축구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전해져오는 언론 보도와 해당 구단 및 국내 포털사이트의 문자 중계로 사실만 확인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맨유가 0대 1로 졌다는 보도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자 축구팬들은 중계권을 갖고도 방송하지 않은 SBS 스포츠채널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경기의 불방은 당초 예고된 것으로, SBS 스포츠채널은 17일 “계약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를 중계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린 바 있다.

이는 잉글랜드축구협회(The FA)가 시즌 중 각 구단별로 한 경기씩 중계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방송사가 한 구단의 38경기를 모두 중계하기 위해서는 해당 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송과 계약을 해야 한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구단들을 위해 배려한 것이다.

구단에서 운영하는 방송과 계약할 경우 지연 중계를 해야 하는 등 또 다른 제약이 있다. 따라서 국내 방송사들은 구단별 한 경기씩 총 10경기(20개 구단)를 포기하고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의 생중계권을 가진 ESPN과 계약해왔다.

맨유와 번리의 경기를 국내에서 중계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게 SBS 스포츠채널 측의 설명이다. SBS 스포츠채널 편성 관계자는 “박지성의 번리전 출전을 예상했으나 17일 ESPN 측으로부터 이 경기의 방송 금지 통보를 받았다”며 “박지성의 시즌 첫 경기를 중계하지 못해 우리도 곤란한 처지”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축구팬들은 맨유와 번리의 경기가 시작된 시점부터 10시간쯤 지난 현재까지 SBS 스포츠채널 홈페이지로 몰려가 수백여 건의 항의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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