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金 가계·소상공인 지원에 ‘방점’…민생경제 공약 살펴보니 [21대 대선]

李·金 가계·소상공인 지원에 ‘방점’…민생경제 공약 살펴보니 [21대 대선]

채무조정·공과금 지원 등…소상공인 금융·경영 부담 완화
전문은행 설립부터 골목상권 소비 촉진까지
李는 중장기적 전략, 金은 실효성 부족…“추경 통한 적극적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25-06-01 06:00:07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장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지난달 30일 공덕역에서 만난 14년 차 카페 사장 이씨(39)는 매출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그는 “단골들은 계속 가게를 찾아주지만, 손님이 더 이상 늘지는 않으니 당연히 매출이 오를 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매출 대신 세금만 늘어나는 것 같아 억울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선 공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씨는 “이번에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 세금 좀 그만 가져갔으면 좋겠다”며 “당장 먹고살기가 힘드니까 대출 지원보다는 현금성 지원이 더 피부에 와닿는 것 같기도 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지속되는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영업자 부채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앞서 3월에 발표한 ‘금융안정 동향’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낮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 자영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4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무려 2021년 말(28만1000명)보다 약 5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저축은행 연체율 역시 11.7%를 기록하며 2015년 2분기(11.87%)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1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 공약에는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자영업자들의 고된 현실이 반영됐다. 내수 부진을 타파하고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해 민생경제를 회복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채무조정·공과금 지원 등…소상공인 금융·경영 부담 완화

우선 후보들은 금융 부담 완화를 선두에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코로나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부터 탕감까지 담은 종합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저금리 대환대출과 이차 보전 지원 사업을 확대해 소상공인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건물관리비 내역 공개로 임대료 꼼수 인상을 방지하고 키오스크 등 각종 수수료 부담을 낮춰 경영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소상공인 기업 한도 대출에 대한 각종 수수료를 폐지하고 맞춤형 금융 상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인 대상 ‘생계방패 특별 융자’ 지원 및 경영안정자금 확대도 강조했다.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각종 공과금과 전기료 등을 50만원 한도 내에 ‘부담 경감 크레딧’으로 지원하고 고용보험·산재보험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문은행 설립부터 골목상권 소비 촉진까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전문은행 설립은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이 후보는 취약계층에 대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과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 등의 역할을 수행할 배드뱅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드뱅크는 정부 주도로 부실 자산을 매입한 후 이를 처분하고, 운용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김 후보는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 설립을 내걸었다. 신용보증기금이나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분산된 서민금융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후보 모두가 약속한 전문은행 설립 공약에 현재 추진 중인 제4인터넷은행 출범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후보는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 확대를 통한 내수 살리기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소비 촉진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활기를 도모한다는 명목하에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후보도 지역 소비 촉진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행 5조5000억원인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을 6조원으로 늘린다고 약속했다. 

李는 중장기적 전략, 金은 실효성 부족…“추경 통한 적극적 지원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이 후보에게는 ‘중장기적 전략’이, 김 후보에게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종근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후보는 소상공인을 위한 현실적인 민생 지원책과 공정 경제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등 공약 전반의 구체성과 설계 수준은 비교적 높다”면서도 “다만 민생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중장기 통합 전략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후보는 소상공인 응급지원이나 금융 확대 등 지원책을 제시하긴 했지만, 구체성이 낮고 실행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며 “정책들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과 구조적 효과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적극적인 소상공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부채 탕감 및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담긴 반면, 김문수 후보는 저리 융자 대출을 약속하긴 했지만 비교적 내용이 추상적”이라며 “현재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더불어 추경 편성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을 큰 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인 기자
daink@kukinews.com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