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광복절 연휴 ‘택배 없는 날’ 지정하는 택배업계…누가 못 쉬나 봤더니

폭염 속 광복절 연휴 ‘택배 없는 날’ 지정하는 택배업계…누가 못 쉬나 봤더니

2020년 고용부 ‘택배종사자 휴식보장’ 공동선언의 연장선
CJ대한통운‧한진 14일, 롯데‧로젠 16일 ‘택배 없는 날’
쿠팡은 아직 논의 없어…노조 “지속 요청할 것”

기사승인 2025-07-30 17:33:45 업데이트 2025-07-30 17:35:55
오는 8월15일 광복절 연휴 전후로 주요 택배사들이 ‘택배 없는 날’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다빈 기자

오는 8월15일 광복절 연휴 전후 주요 택배사들이 ‘택배 없는 날’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택배 배송이 일시 중단된다. 지난 2020년 사회적 합의에 이은 자율적 조치로 최근 이어지는 폭염과 과로 문제 속에서 택배기사 휴식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택배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광복절을 전후로 주요 택배사들이 ‘택배 없는 날’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택배 없는 날이란 2020년 고용노동부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4대 택배사가 참여한 ‘택배 종사자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의 연장선이다. 해당 선언에는 매년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 제도화하자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는 국내 택배산업이 생긴 지 28년 만에 이뤄진 상징적인 합의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업계 자율 합의로 실질적 휴식권 보장을 위한 한 걸음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올해 택배사들은 내부 사정을 반영해 광복절 전후로 휴무일을 자율 지정하고 있다. 배송 업무가 중지되며 택배기사들과 함께 물류센터 직원들도 쉬게 된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은 목요일인 8월14일을 휴무일로 확정했고,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젠택배는 토요일인 16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롯데와 로젠택배는 15일부터 일요일인 17일까지 총 3일간 휴무가 이어진다.

CJ대한통운은 14일과 15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 배송을 쉬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은 앞서 올해 1월 ‘매일오네’ 7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특별휴가 등 택배기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약속한 바 있으며, 이달에는 민간 택배사 최초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해 경조사 휴가 5일, 특별휴가 3일을 보장하는 등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진 역시 최근 내부 논의 끝에 14일 휴무를 결정했다. 한진은 지난 4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존 토요일만 가능했던 주말 배송을 일요일까지 확대하는 ‘일요배송’ 시범 운영에 나서며 7일 배송 체제로 전환 중이다. 이에 따라 13일 접수된 택배는 16일부터 배송이 시작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올해는 이달 진행한 단체협약 체결로 기사님들의 안전권과 휴식권 보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협약 내용에도 특별휴무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8월 ‘택배 없는 날’과 특별휴가는 대한통운이 선제적으로 도입해 실행해 온 제도로, 근무환경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7일 배송을 본격 시행하지 않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젠택배는 16일을 휴무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14일 접수된 택배는 18일부터 배송이 진행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현재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배송하는 ‘약속배송’을 확대 중이며 향후 7일 배송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대리점협의회와의 논의 끝에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휴무를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기사님들에게 공지되지는 않았다”며 “7일 배송을 시행 중인 업체에 비해 긴 휴식이 가능해진 만큼 택배기사님들의 재충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연중무휴 ‘로켓배송’을 운영하는 쿠팡은 아직 택배 없는 날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자체적으로 ‘백업 기사’ 시스템을 운영하는 만큼 자율 휴가 사용이 가능하며, 영업점을 통해 기사 개별 휴가 독려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쿠팡 물류센터 노조는 오는 8월1일과 15일 로켓배송 중단을 예고하며 파업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파업 규모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용차비 등 비용 부담 탓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기사들이 많고 현장에서는 과로로 쓰러지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며 “택배 없는 날 논의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쿠팡 등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이며, 차주 관련 기자회견 등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