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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대리수술 병원장 징역 3년 실형 확정…동료 의사는 면허 유지2023-01-12 18:58:00

대법원 정문.   사진=박선혜 기자

대법원이 유령대리수술을 감행한 한 성형외과 병원장에 의료 과실을 인정해 징역 3년형을 내렸다. 이에 유가족은 판결에 대해 ‘의료범죄’로 적용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향후 법적 개선을 촉구했다.  

12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 동료의사 신모씨, 간호조무사 전모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을, 함께 기소된 동료 의사 신모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고, 간호조무사 전모씨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2016년 故권대희씨가 사각턱 절개 수술 도중 대량 출혈로 위급 상황에 놓였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권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 등을 받았다. 

당시 집도의였던 장씨는 다른 환자를 수술하느라 권씨의 상태와 출혈량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신씨도 간호조무사인 전씨에게 지혈을 맡긴 채 수술실을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당 성형외과는 장씨가 수술 집도를 맡고, 봉직의인 신씨가 수술 부위 세척·봉합을 맡아 약 1시간 간격으로 여러 명의 환자를 중복적·순차적으로 수술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의사면허 취득 후 인턴 과정도 밟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일명 ‘공장식 분업수술’과 ‘대리수술’을 이행한 것이다.

앞서 1심은 장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마취기록지 거짓 작성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을 1000만원으로 높였다. 이에 장씨 등은 상고했지만, 이번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대표(故권대희씨의 어머니).   사진-박선혜 기자

 

CCTV로 밝혀낸 그 날의 범행, 7년 동안 제출된 탄원서 3049장

권씨의 유족(어머니)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대표는 2016년 아들이 사망한 이후 7년 동안 소송하면서 의견서와 탄원서를 92차례, 전 국민 서명탄원서 3049장을 제출하고 1인 시위를 416일 동안 이어가면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이끌었다. 

또한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도입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냈고, 그 노력의 결과로 의료법에 CCTV설치 관련 조항이 추가되는 형태로 국회 개정이 이뤄졌다. 올해 9월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평범한 엄마로 살던 제가 아들이 죽고 시민단체대표가 되기까지 처절한 싸움이 있었다. 명백한 물증인 수술실CCTV를 포함해 물증이 차고 넘쳤지만 재정신청인용이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소송 중 2018년 검찰수사 단계에서부터 병원장이 합의를 유도했고, 형사 1심부터 현재까지 5억을 제시하며 여러 차례 합의를 요구했지만 외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의 형량이 턱없이 부족해 아쉽지만 대법원은 형량과 무관한 법리 심을 하는 곳이라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어제가 1주기 추도일이라 더욱 그리운 오늘이다. 더 이상 제2의 권대희와 제2의 권대희 유족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12일 대법원 앞 기자회견.   사진=박선혜 기자

지금도 어디선가 행해질 대리수술, 척결하려면

12일 대법원 앞에서는 이번 의료사고 피해자 유가족들과 김선웅 의료범죄척결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대표,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 등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이들은 이번 판례가 대리수술을 거행한 병원장 처벌보다는 더 이상의 불법 대리수술이 일어나지 않도록 토대를 마련한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웅 대표(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사람을 마취시켜놓고 동의 받은 집도의사는 나가버리고 생면부지의 제3자들이 돌아가면서 수술대에 놓여있는 사람의 신체를 자르는 것을 성형수술이라 부르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이들에게 계속 면죄부를 주고 있다. 명백한 의료범죄임에도 의료사고, 과실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20~30개 수술방을 놓고 공장형 수술, 대리수술을 하면서 해당 병원은 500억에서 최대 1000억원까지 번다. 환자가 사망해 사건이 터져도 의료사고로 처리되면 병원측은 200~300만원만주고 보험처리하면 그만이다. 실질적 손해가 없다”면서 “지금도 형태만 바꿔가며 대리수술을 횡행하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을 ‘수술용 마루타’로 만들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박호균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영리적 목적에 치중한 병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또 그런 시스템을 당연시하고 협조한 의사들에게 대해 크고 작은 형사처벌을 했다”며 “다만 의료법 위반죄로 징역형이 선고된 피고인(병원장)의 의사 면허는 취소할 수 있으나, (동료 의사에게는) 금고형을 내려 의사 면허를 유지하는 데 아무 영향이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사람의 생명보다 특정 직역의 자격을 더 우선시하는 문제점이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적어도 비난가능성이 높은 유형의 사망 사고 유형, 다수의 반복적인 사망 사고를 초래한 유형에는 국가가 부여했던 면허를 회수할 필요성이 있는지 심각하게 제도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유가족의 노력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법제화됐다. 고인들은 향후 환자들의 수술실에서 안전을 위한 ‘보이지 않는 감시가’돼 함께하게 될 것이다. 또 이번 사례는 불법 수술 보조 의사에 대한 과실범 공동책임의 선례가 되기도 했다”며 “스스로에게도 사건 해결 과정에서 사법절차적 문제점과 의료인 면허 제도의 문제점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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