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녹십자MS와 적십자 간 혈액백 혈맹, 깨지나?2019-05-24 19:01:00

피로 뭉친 끈끈한 관계라는 ‘혈맹’의 단어 그대로, 혈액백 공급을 둘러싸고 16년여간 이어져 대한적십자사와 녹십자MS사의 관계가 최근 금이 가는 모습이다.

당장 녹십자MS로는 혈액백 공공정거래법 위반혐의가 인정돼 1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여기에 적십자사가 유착의 끈을 끊기라도 하려는 듯 선긋기에 나서는 모습도 관측됐다.

실제 23일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논란의 시작점이자 자의적 기준이라고 비판받았던 적십자사의 혈액백 품질평가기준 ‘HPLC(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을 미국약전(USP)에서 권고하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가 제시한 품목허가기준에 맞추기로 했다.

그간 논란이 됐던 HPLC법은 적십자사만의 방식으로,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약전이나 식약처의 품목허가기준에서 요구하는 것과 달리 혈액백 멸균과정에서 포도당이 과당으로 바뀌는 만큼 이를 제외하고 포도당함량을 측정하는 측정법이다.

이를 두고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넷) 강주성 공동대표는 “적십자사가 미국약전과 식약처 허가기준에 부합한 제품을 탈락시키고 독자적 기준에 맞춘 녹십자MS와 계약을 이어왔다”면서 두 회사의 관계를 ‘혈맹’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여러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바에 따르면 균의 먹이인 포도당 수치가 높으면 세균증식에 우려가 높아지고, 수혈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식약처 또한 수혈자의 안전에 우려가 없도록 허가기준대로 제조해야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적십자사는 녹십자MS와의 계약을 이어갔다. 여기에 과당을 포함한 총 포도당 함량도 식약처 품질허가 기준치를 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 및 대한수혈학회의 답변을 토대로 문제가 없었음을 주장했다. 이에 문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의 유착의혹이 다시금 불거졌고, 지적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십자사와 녹십자MS 간의 ‘혈맹’에 위법성은 없었는지, 혈액백 입찰과정에서의 업체간 담합은 없었는지 등의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공정위 조사결과, 녹십자MS와 함께 혈액백을 생산, 납품한 태창산업(당시 에스비디) 간의 담합 혐의가 포착돼 녹십자MS로 19억원의 과징금이 책정됐다. 관련해 공정위는 구체적인 금액 등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심의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했으며 1~2달 후 열린 위원회에서 처분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정거래법의 한계로 녹십자MS와 태창산업 간의 담합 등을 조사해 시정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적십자와 녹십자MS 간의 유착관계 등을 밝히거나 처분할 수는 없어 당초 제기됐던 적십자사와 녹십자MS와의 유착을 확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형법 등 타법에 의한 확인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그 때문인지 적십자사는 해마다 3~4월경 이뤄지던 혈액백 공급계약 입찰공고를 5월 13일에서야 긴급으로 공지했다. 나아가 정당성을 내세우며 고수해오던 포도당함량측정법도 USP와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따르기로 했다. 여기에 녹십자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와 관련 “지난해 혈액백 품질평가기준을 두고 논란이 돼 기준을 변경하게 됐을 뿐 식약처나 전문가 단체의 자문결과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서도 녹십자MS와 태창산업의 담합문제일 뿐 적십자사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우리는)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혈액공급 등 관련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녹십자MS가 공정위로부터 혈액백 담합에 따른 과징금으로 19억원을 맞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적십자가 면피를 위해 미리 녹십자를 고발하려는 것 같다”면서 “지금이라도 혈액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한편, 적십자사와 녹십자MS를 통해 두 회사 간의 고발이나 고소, 소송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서도 혈액관련 정책과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별다른 조치나 재발방지대책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긁어 부스럼 만들기보다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겠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SPONSO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