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바둑소녀 김은지, 결승서 최정 격파…바둑 여제 등극 ‘한걸음’

천재 바둑소녀 김은지, 결승서 최정 격파…바둑 여제 등극 ‘한걸음’

김은지 9단, 2025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1국서 ‘완승’

기사승인 2025-05-13 06:00:08
2025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완승을 거둔 여자 랭킹 1위 김은지 9단. 쿠키뉴스 자료사진

3년 연속 ‘김은지-최정’ 결승전.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023년 3회, 2024년 4회 대회에서 모두 최정 9단이 ‘2승1패’로 김은지 9단과 결승3번기를 제압했지만, 이번에는 아성이 무너질 위기다.

5월 랭킹에서 최정 9단을 밀어내고 ‘여자 바둑 랭킹 1위’에 등극한 ‘新 바둑 여제’ 김은지 9단이 12일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173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김은지 9단의 완승이었다. 이날 대국을 K바둑에서 생중계한 백홍석 해설위원은 “변화가 나왔을 때마다 격차가 벌어진다”면서 “김은지 9단이 원하는 장면에서 계속 싸우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승자조 결승에서 김은지 9단이 이길 때부터 이런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최정 9단 입장에선 굉장히 어렵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총평했다.

실제로 이날 결승 1국에선 최정 9단 특유의 날카로운 수읽기와 흔들기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접전이 벌어질 때마다 김은지 9단이 완력으로 최 9단을 누르면서 조금씩 득점했고, 마지막 승부처였던 하변에선 다소 허무할 정도로 전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국후 김은지 9단은 “초반부터 제가 집이 많았지만 상대가 두터워서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면서 “하변에서 이득을 많이 봤을 때는 꽤 좋아졌다고 생각했다”고 복기했다. 이어 김 9단은 “최정 사범님은 항상 무서울 정도로 잘 두신다”면서 “2국에서도 배우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우승에 대한 열망은 감추지 않았다. 김은지 9단은 “항상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꼭 우승해서 보답 드리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전하면서 결승 2국 각오를 다졌다.

2025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1국에서 완승을 거둔 여자 랭킹 1위 김은지 9단(오른쪽). 쿠키뉴스 자료사진

여자 랭킹 1위 김은지 9단은 2007년생, 2위 최정 9단은 1996년생이다. 두 기사의 첫 대결은 2020년 8월 여자바둑리그 본선 14라운드였는데, 당시 대국부터 2022년 12월 제6기 해성 여자기성전 결승 3번기 제2국까지 최정 9단이 8연승을 달렸다.

김은지 9단의 첫 승리는 2023년 7월 여자바둑리그에서 나왔다. 당시 4라운드에서 최정 9단에게 첫 승리를 거둔 김 9단은 이후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쳤지만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 결승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등에서 연달아 패퇴했다. 

2023년 12월, 김은지 9단은 드디어 처음으로 최정 9단을 결승에서 꺾었다. 제7기 해성 여자기성전 결승 3번기(2-1)였다. 하지만 지난해 2024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3번기에선 첫 판을 이기고도 2·3국을 내리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은지 9단 기준으로, 최정 9단과 상대 전적은 현재 7승16패다. 정상급 기사로 발돋움하기 전이었던 신예 시절,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당한 8연패 탓에 차이는 벌어져 있지만, 이 대회 ‘승자조 결승’과 이날 결승 3번기1국을 포함해 최근 2연승을 달리면서 격차를 줄이고 있다.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는 역시 2021년 원년 대회부터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은 최정 9단의 독주가 계속 될지, 김은지 9단이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할지 여부다.

바둑계에선 최근 두 판의 대국에서 보여준 김은지 9단의 놀라운 기량이 최정 9단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연 김 9단이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최정 9단의 ‘독무대’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에서 왕좌를 뺏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어지는 결승 2국은 오는 14일 같은 장소에서 속행한다.

한편 지난 3월 열린 2025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예선에는 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 51명이 출전해 5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10.2대 1의 경쟁을 펼쳤다. 예선 통과자와 전기 우승자 최정 9단, 준우승자 김은지 9단 등 8인이 본선 패자부활토너먼트를 펼쳤고, 3년 연속으로 ‘김은지-최정 결승전’이 펼쳐지고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후원하고 한국기원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방송을 맡은 2025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4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방식으로 예선은 각자 30분에 추가시간 30초, 본선은 각자 1시간에 추가시간 30초로 진행한다.

김은지 9단에게 여자 바둑 랭킹 1위 자리를 빼앗긴 후 5월 첫 대결에서도 패점을 안은 최정 9단.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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