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약' 문의하니 10분만에 '진료비 청구'...초진도 비대면 처방, 문제없나

‘우울증약' 문의하니 10분만에 '진료비 청구'...초진도 비대면 처방, 문제없나

코로나19 상황서 한시적 허용에 비대면 진료 어플 난립...의약품 오남용, 의료법 위반 우려도

기사승인 2021-03-31 04:26:01 업데이트 2021-04-21 13:38:28
원격의료 이미지. 윤기만 디자이너.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우울증약이 떨어졌는데 처방가능한가요?" 한 환자가 비대면 진료어플리케이션에 올린 질문이다. 이 질문을 올리니 곧바로 '상담을 기다려달라'는 알림이 울리고, 이후 '진료비 청구가 되었으니 수납을 진행해 달라'는 메시지가 올라온다. 환자가 질문을 올린 지 10분여만의 일이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환자의 첫 진료의뢰부터 전화 상담, 처방까지 불과 10분 밖에 안 걸린 셈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 이를 틈탄 ‘비대면 진료 어플리케이션(어플)’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화상·전화 상담만으로 첫 진료에 임하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 및 전문의약품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의약품 오남용 우려는 물론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의 위기경보 발령 기간’ 동안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료기관 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같은 달 15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비대면 진료' 관련 조항이 신설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때 비대면 진료 기준은 ‘감염병 심각단계의 위기경보 발령 기간동안’, 그리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로 한정했다. 그러나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고, 약물 오남용 우려가 큰 향정신성 의약품조차 비대면 처방에 별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이같은 비대면 진료 행태에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재진 환자에서만 전화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초진 환자에 전화 상담만으로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신고 대상 아니냐”며 의아함을 전하기도 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지난해 12월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된 이후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표방한 어플이 난립하고 있다. 당초 감염병 상황에서 병원 방문이 어려운 기존 환자들이 치료제를 처방받는데 활용하자는 취지였지만, 구체적인 하위 조항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진료 내용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사실상 모든 영역의 진료가 가능하도록 허용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비대면 진료는 한계가 분명하고, 보완수단이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의사협회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를 중개하는 플랫폼 어플이 불법 의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환자 유인 및 알선 행위는 의료법 제27조로 금지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어플을 이용하면 원하는 약을 빠르게 처방받을 수 있다‘는 등 플랫폼 서비스를 광고하거나 서로 경쟁하는 상황도 엿보인다. 어플 내에서 특정 의료기관들을 연계하고 있는 만큼 의료광고의 성격도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복지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에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률사무소 정우의 박재영 변호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더라도 초진 환자에 대한 비대면 처방은 여전히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의료법 제17조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직접 진찰’은 ‘대면 진찰’이라는 판례를 내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 허용했다고 하더라고 초진 환자는 처방전 교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권해석은 입법이 아니므로 초진환자에 대한 무분별한 처방은 추후 문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의 판단에 따르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취약한 환자들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으로 현재 초진, 재진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감염병 예방법상 초진, 재진 등 세부기준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추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과장은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된 경우에 처방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초진 환자도 가능하지만, 주로 재진 이상에서 활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오남용 우려가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초진 환자에 처방하는 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위기상황인만큼 종합적으로 의사의 판단에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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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