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는 소멸 위기"...의료현장의 호소

"소아청소년과는 소멸 위기"...의료현장의 호소

저출산에 기피과 전락, '빅5'조차 미달사태..."소아과 살려주세요"

기사승인 2021-05-13 03:26:01 업데이트 2021-05-13 09:03:53
한 대학병원의 병원학교에서 어린이 환자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소아청소년과가 죽어갑니다. 살려주세요." 

소아청소년과가 소멸 위기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픈 아이들이 치료받을 곳이 사라지는 의료인프라 붕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아청소년과 소멸 위기로부터 어린이의 건강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상황에 대해 알리기 위해 글을 쓴다"며 "아이들을 치료할 의료진이 병원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더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은 어느 누구도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는 빠르게 '기피과'로 전락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2021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3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도 지원율 71.2%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전국 정원 166명 중 56명만 지원해 소위 '빅5'병원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아예 소아청소년과 신규 전공의를 받지 못한 수련병원도 수두룩하다. 

기존 전공의들의 업무도 과중되고 있다. 고생스러운 전공의 수련과정과 그리 밝지 않은 미래 탓에 기존 전공의들의 이탈도 심각하다. 청원자는 "소아과 전공의는 갈수록 많아지는 업무량과 무력감에 지쳐간다. 동기였던 친구는 소아과 전공의 과정을 포기해 현재 피부과에서 일하고 있다. 동기가 나가면서 일은 더 늘어난다. 간만에 만난 후배 의대생들은 소아과 전공의 생활이 너무 힘들고, 전문의가 되어도 다들 망한다며 소아과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붕괴가 이미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 저출산 가속화에 낮은 의료수가, 강화된 규제로 소아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최근 노산과 난임의 증가로 고도의 치료가 필요한 이른둥이, 소아질환 환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소아의료 인프라가 하나 둘 무너지고, 추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현상까지 반영될 경우 소아과 의사를 수입해야 하거나, 치료를 위해 다른나라를 찾아야 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진료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올해 소아과에 지원한 전공의 56명이 이탈없이 모두 소아과 전문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전국 대학의 소아응급실(ICU)과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커버할 인원조차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일례로 경남 창원시 내 종합병원의 경우 소아중환자실⋅신생아중환자실에 적어도 의료진 6~7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3~4명이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소아진료 인프라가 없는 지역도 많다. 의료진이 없으면 소아의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없고, 의사는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회복불능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원가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대다수 개원 소아과들은 대출을 받아 버티고 있고, 문을 닫은 곳도 많다. 개원가가 망가지고 나니 이제 그 여파가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수년째 의료계가 요구한 저출산 대책을 정부가 외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임 회장은 "소아과는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수입을 급여 진료비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환자는 줄고, 여전히 수가가 낮아 현상 유지도 어려운 곳이 많다. 젊은 의사들이 소아과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라며 ”어설픈 지원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소아과는 공공의료라는 관점에서 소아진료에 대한 정책가산 등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충분한 보상이 전제되어야만 소아과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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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