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 중증 장애인들은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매번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을 힘들어하십니다. 치료를 못 받는 분들도 많아요. 의사의 판단에 따라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의 가정에 의료기사가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고, 단독개원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26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대표 발의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논란을 두고 이같이 해명했다. 현재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이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을 허용하는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남 의원은 지난 17일 의사 등의 ‘지도’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기사의 정의를 ‘의뢰 또는 처방’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행법은 의료기사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의료기사의 업무가 의사나 치과의사의 ‘의뢰’ 또는 ‘처방’에 의해 수행되고 있고, 의료기사를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에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것이 남 의원의 주장이다. 또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환경에서 의료기사가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노인 등에 대한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지도’라는 개념은 원내로 국한돼 있어서 고령의 어르신, 중증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매번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들을 만나서 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의사를 만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받는다”며 “특히 장애인 단체 등에서 환자 수요가 많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실증사업을 하고 있고, 현행법상으로는 법적다툼의 소지가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가정에 의사가 함께 가면 좋겠지만 사실상 왕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료기사의 방문만으로 우려가 된다면 화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기기 등의 발전으로 화상 상담이 가능해졌고, 간호사들도 방문간호활동을 하면서 여러 전자기기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을 허용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이뤄지는 의료기사에 대한 의사의 지도를 좁은 의미로만 해석해 지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며 “지금도 의사의 종합적인 지도하에 의료기사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기사를 의사나 치과의사 등의 지도 아래에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정한 것은 과잉 규제가 아니라 보건 위생상의 위해(危害)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지도가 아닌 의뢰 또는 처방으로의 변경은 의료기사 단독개원 허용을 의미하며, 본 법안의 취지인 재택서비스를 강화하는 정도를 넘어 기존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바꾸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내과의사회도 24일 성명서를 통해 “20대 국회부터 물리치료사협회를 필두로 단독개원 추진 입법이 꾸준히 추진돼 온 바 금번 법개정안이 의료기사들 단독 개원의 단초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금번 법안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의료 면허체계가 붕괴되고, 의료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하다”며 “나아가 모든 의료직역에서 의사의 지도아래에서 벗어나 단독 개원의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학회와 손을 잡고 법안 저지에 나섰다.
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 24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진단검사의학과 각 학회 및 의사회와 함께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간담회에서 참석한 각 학회와 의사회는 입을 모아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불감증 법안’이라고 지적하면서, 전체 보건의료체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으므로 즉각 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의료기사법안과 같이 의료기사가 의사의 ‘의뢰 또는 처방’만으로 단독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나 중증장애인에게 상시 발생 가능한 응급상황에서 환자나 중증장애인이 의사의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진료보조인력 중 의료기사에 한해 의사의 지도를 벗어나 원외에서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실시하도록 허용한다면 이는 전체 보건의료체계를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와 함께 의료기사의 단독행위를 허용하면서도 의료사고 등에 관한 책임은 의사나 의료기관에 지우겠다면, 이는 권한 없는 사람에게 책임만을 지우는 것으로 법체계와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협회는 중증 장애인 및 노인 환자의 의료접근성 확대를 위해 정부 및 국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의사협회, 7개과 전문학회 및 의사회는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의료서비스 수혜자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에 착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남 의원실은 해당 법안은 의료기사의 ‘단독개원’과 관련이 없고, 의료사고 발생시 1차적 책임은 의사가 아닌 의료기사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의료기사가 단독으로 업소를 내는 행위는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의료기사법을 보면, 안경사, 치과기공사는 별도로 영업소를 둘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면서 “따라서 이들은 의료기관에 속한 직원이어야 하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서만 행위를 할 수 있다. 방문치료가 어려울 것 같으면 (의사가 허용을) 안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사고에 있어서) 1차적 책임은 의료기사에게 있는 것이 당연하다. 처방이 잘못된 거라면 의사 책임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3개월 동안 물리치료 처방을 받으면 그 기간 동안 내원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동 불편 때문에 적정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이에 정부도 왕진서비스 등을 활성화하려고 하고 여러 방법들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도 여기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원실에서는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만나서 소통을 하고,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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