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보건의료인들의 파업 가능성이 짙어졌다. 정부는 협상을 통해 위기를 넘긴다는 입장이지만, 보건의료인의 ‘번아웃’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의료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다음달 2일부터 전면 총파업투쟁에 돌입한다고 18일 예고했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진행한 대정부 교섭, 산별중앙교섭, 현장 교섭 등이 타결되지 않았다며 이달 26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단행할 방침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근무한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정당한 보상과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인력확충, 간호등급제와 교대제 개선,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등의 요구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검토하겠다, 연구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악화하면서 보건의료인들의 지구력도 임계점에 도달했다. 더는 업무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 소진을 겪는 모습이다.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이 공개한 보건소 인력 정신건강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소 인력 가운데 불안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은 27.6%로, 12.2%로 조사된 일반 국민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9%로, 일반 국민(12.4%)보다 7.5%포인트 높았다. 응답자의 91.1%는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76.4%는 신체건강이, 81.1%는 정신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이들의 소진을 가속화했다. 코로나19 대응 업무로 근무 시간이 늘고 업무 강도가 높아졌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의 인력은 제때 충원되지 않으면서다.
지난 3일 노조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21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의료노동자 4만3058명 가운데 과반인 55.7%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노동 여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특히 인력 부족에 대한 고충이 컸다. 정부와 지자체 코로나19 대응 평가에서 인력지원 항목은 긍정 평가가 44.5% 수준이었다. 소속기관 평가에서 적정인력이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9.2%에 그쳤다.
정부는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주도하는 공공의료 분야를 확충하고, 코로나19 대응 인력 기준을 마련해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1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지난 5월부터 노정 협의체를 구성해 보건의료산업노조와 협의하고 있고, 8월까지 충실하게 협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간호사나 보건의료인력이 굉장히 필요한 상태라는 걸 정부는 알고 있다”며 “다른 일반 진료와 상황이 다른 만큼, 코로나19 진료 인력 기준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은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도 강조됐다. 박 방역총괄반장은 “노조와 공공의료 확충 부분에 관해 협상하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 상황 속 인력 수급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며 “코로나19 환자 치료나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파업이 진행되지 않게끔 노조와 최선을 다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정부 입장이 보건의료노동자들과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노조는 122곳 안팎의 산하 지부를 통해 중앙노동위원회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정신청대상인 의료기관 134곳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 서남병원, 고대의료원, 이화의료원, 부산대병원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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