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4일 공식 출범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6개월간 지속된 외교 공백은 새 정부의 출범으로 일단락 됐지만 이 대통령은 곧바로 한미 관세 협상이라는 숙제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이 대통령의 최대 약점으로 외교가 꼽히는 만큼, ‘실용 외교’로 대외 정책 난제를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취임사를 통해 ‘실용 외교’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주변국과의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부터 외교를 언급한 것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굵직한 정상 외교 일정을 소화해야 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오는 15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옵서버(참관국)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6월24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도 한국의 참석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인 7월8일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만 이 대통령이 ‘행정가’ 출신인 만큼 외교 분야에서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청와대 출신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은 변호사로서의 사법적 이해는 물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등을 거치며 행정과 입법 양쪽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올라운더’”라면서도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경력이 없는 만큼, 외교 영역은 보다 세심한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완하기 위해 취임 첫 날 새 정부 안보 실장에 위성락 민주당 의원을 낙점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실장 임명에 대해 “외교·안보 분야의 풍부한 정책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용외교, 첨단국방,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위 의원은 외교관 출신의 국회의원으로,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 대사 등을 역임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외교통일안보분과위원회 행정관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공약 설계를 주도한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외교 전략가로 불리는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을 캠프에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는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많은 전직 외교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과 조 전 차관 모두 차기 외교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 대통령의 당선 즉시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냈다. 미국 백악관 관계자는 현지시간 3일 이 대통령 당선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확대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반대한다”는 논평을 연합뉴스에 전달했다.
백악관이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중국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우호 메시지에 그치는 것이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과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하는 한국 새 정부를 향한 간접적인 신호라는 풀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미 중국과 무역 전면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한국이 그 중간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이 과거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한 발언에 비추어, 미국 입장에서는 보다 분명한 태도를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확보하는 외교 전략을 펼칠 수 있을지가 향후 외교·안보 역량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르면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오늘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대통령의 통화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통화는 ‘상견례’ 차원으로, 취임 축하 인사와 양국 협력 방안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