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는데 걷다가 "으악"...서울 곳곳 개똥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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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원 확인 어려워 적발 쉽지 않아"
전문가, 반려문화 수준 높여야 한다고 조언

기사승인 2025-06-22 06:00:06
반려견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곽경근 대기자

이른 장마가 시작됐다. 우산을 쥐고 발걸음만 재촉했다간 발밑에서 물컹하고 밟히는 느낌에 흠칫 놀랄 수 있다. 화단부터 인도까지 곳곳에 반려견 배설물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자치구별로 동물보호법 위반 적발에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매년 실적은 간신히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수준이다. 서울시는 단순 신고가 아닌 사전 홍보를 통해 시민 의식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은 전국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반려견을 많이 키우는 도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시에 등록된 반려견은 58만1155마리로, 직전 연도(56만3229마리) 대비 3.2% 늘어났다. 전국에 등록돼 있는 반려견 343만4624마리 중 16.9%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반려동물 배설물 방치 과태료 부과 건수는 증가폭이 미미했다. 20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0건을 적발했다. 2023년에 8건, 2022년에는 10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서울시민이 키우는 반려견은 해마다 만 단위로 증가하는데 단속은 잘 안 된 셈이다.

반려동물의 배설물을 공공장소에 방치하는 보호자는 동물보호법 제16조에 따라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단속 자체가 만만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배설물 투기범을 특정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시간이 걸리는 데다 CCTV로도 신원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매년 각 자치구에 반려동물을 기를 때 지켜야 할 사항인 ‘펫티켓’을 자료로 만들어 배포 중이다. 공공시설에는 반려견 배설물 수거 의무를 안내하는 현수막 등을 설치했다. 동물보호법 준수를 목적으로 명예 동물보호관을 모집해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107명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장 적발이 어려운 만큼 시민 의식 함양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한낮보다 단속이 어려운 밤에 몰래 배설물을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미수거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간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과태료를 높이거나 포상금제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단속에 집중하기보단 반려문화의 수준을 먼저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현아 부천대 반려동물과 출강교수는 “공원이나 길거리에 푯말이나 배변봉투함 등을 설치하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반려문화교실 확대 등 반려인과 비반려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반려인들이 스스로 펫티켓을 지키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반려견 보호자로 구성된) 홍보단을 꾸리는 것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배설물 투기범이) 수거 의무를 몰라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방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전 교육 수료 의무화 등으로 반려견 입양의 허들을 높여 보호자의 수준 자체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