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으로 고통 받은 40년…‘음부신경병증’ 환자, 진단 받고 회복 길 열려

오진으로 고통 받은 40년…‘음부신경병증’ 환자, 진단 받고 회복 길 열려

기사승인 2025-08-26 16:54:59
양진서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한림대의료원 제공

40년간 오진으로 인한 원인 모를 통증을 겪었던 60대 남성이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에서 희귀질환인 ‘음부신경병증’ 치료를 받고 일상생활을 되찾았다.

26일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하는 A씨(68)는 지난 1986년 군 전역 직후 갑작스럽게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한의학 치료, 민간요법, 유수의 대학병원 진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했으나 통증은 오히려 심해져 그는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40년 동안 바닥에 앉지도 못하며 생활해야 했다.

A씨 삶의 전환점은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양진서 신경외과 교수를 만나면서 찾아왔다. 양 교수는 A씨 통증의 원인이 음부신경 압박에 의한 ‘음부신경병증’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음부신경 감압술’을 시행했고 수술 일주일 만에 A씨는 통증이 크게 줄어 바닥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음부신경병증은 좌골신경 안쪽에서 나오는 2~3㎜ 크기의 음부신경이 천골인대와 천골결절인대 사이에서 눌리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앉아 있는 자세에서 음부신경이 심하게 압박돼 음부, 회음부, 항문 주변에 극심한 통증과 운동 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발병률은 10만 명당 약 1명 꼴로 보고되는 희귀 말초신경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단순 염좌 혹은 척추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발병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척추질환과 유사한 점이 많아 척추 추간판(수핵) 탈출증이나 협착증, 혹은 퇴행성 디스크증으로 오진 받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양진서 교수는 “앉아 있을 때 허리와 엉덩이 혹은 다리 통증이 심해진다면 추간판(수핵) 탈출증일 가능성이 높지만, 음부와 회음부, 항문에 국한되어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면 음부신경병증을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한다”면서 “음부신경병증은 앉아 있을 때 음부와 회음부, 항문에 국한된 통증으로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A씨도 그동안 다른 질환으로 오진 받아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A씨는 “제 인생의 절반이 넘는 긴 세월을 고통 속에 보냈다”면서 “양 교수님을 만나고 나서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상생활을 되찾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음부신경 감압술은 신경외과에서 시행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 방법으로, 실제 수술 시간은 1시간 내외로 소요된다. 아픈 부위의 엉덩이에 5㎝ 정도의 피부 절개를 하고, 음부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인대를 찾아 제거 및 박리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수술 후 당일부터 보행과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평균적으로 2일~3일 입원 후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 후에는 70% 이상의 통증 호전을 보여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예방을 위해서는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직업의 경우 시간이 날 때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탈 때는 충격을 흡수하고 압력을 완화해주는 안장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골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되지 않도록 규칙적인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의 경우 분만 후에는 골반 회복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좋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