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기름이 쌓인다? ‘전자담배’ 실체를 밝힌다

폐에 기름이 쌓인다? ‘전자담배’ 실체를 밝힌다

NGO단체‧의학계‧정부 금연전문가 3인방 공동인터뷰 ①

기사승인 2019-12-24 06:00:00 업데이트 2020-11-25 17:30:39

발암물질 없는 대신 급격한 폐 손상

영국에선 전자담배 권고? “해외 사정 모르고 하는 말”

# 전 세계가 신종담배와 전쟁을 치루고 있다. 여러 신종담배 중에서도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기존의 궐련형 담배와 다른 독특한 모양과 달콤한 향으로 흡연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흡연자들은 ‘금연보조제’로 신종담배를 택하고 있다. ‘발암물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광고의 영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신종담배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자가 2291명이 발생했고, 그중 사망자 48명이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의심사례가 발생하고,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서는 폐 손상을 유발하는 물질이 검출돼 보건당국이 사용 중지를 강력히 권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을 허용하는 영국의 사례와 비교하며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해외사정도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신종담배를 둘러싼 진실, 국내 금연전문가 3인방과 함께 파헤쳐봤다.

연자소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31년이 된 비정부단체(NGO)로, “담배 없는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서 회장은 국립암센터에서 금연 및 흡연예방을 위해 일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 백유진 회장(한림대 가정의학과). 대한금연학회는 2008년 11월 창립총회 이래로 11년째 활동하고 있는 학술단체다. 금연 관련 이슈, 청소년 흡연예방, 흡연자 금연지원 서비스, 금연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다학제(의학, 간호학, 심리학, 보건학, 커뮤니케이션학, 등)기반의 학회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이성규 센터장. 국가금연지원센터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보건복지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에 있는 기관이다. 2015년 담배세가 2000원 인상된 이후 4500원이 되면서 늘어난 예산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립됐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금연지원서비스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고, 복지부의 금연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Q. 담배의 메커니즘별 정의.

한줄 요약 : 담뱃잎 원료로 하면 ‘담배’로 규정한다. 아이코스는 궐련형 담배, 액상형 전자담배는 유사담배로 분류.

이성규= 담배사업법 2조를 보면, 담배에 대한 정의가 ‘담뱃잎을 원료로 하여’라고 돼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현재 ‘담뱃잎을 원료로 니코틴을 추출하는 것’만 담배로 지정되고 있다. 궐련, 물담배, 씹는담배 등등 행위의 종류는 다양할지라도 ‘담뱃잎’을 원료로 했다면 담배다.

2003년 처음으로 ‘담뱃잎’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그냥 다 ‘전자담배’라고 불렀다. 2010년에는 또 다른 형태의 담배가 들어왔다. 그게 일본에서 들어온 ‘플룸테크’다. 이 제품은 액상을 쓰는 게 아니라, 커피캡슐처럼 캡슐을 넣어 쓰는 거였다. 그래서 그때 ‘고체형 전자담배’라는 단어도 쓰게 됐다. 고체형이라는 단어는 2017년 기타형으로 바뀌었다.

2017년에는 찐담배라고 불리는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출시됐다. ‘기기’를 쓰기 때문에 초반에는 전자담배라고 불렀지만, 일반 궐련과 메커니즘이 비슷해 금연학회 등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명명했다. 이를 전자담배로 분류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 한 두 나라밖에 없다. 최종적으로 일반 궐련담배와 액상형, 궐련형, 기타형 등 3개의 전자담배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니코틴을 ‘담뱃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하면 어떻게 되는 지이다. 그러면 법적으로는 담배가 아닌 것이 된다. 그래서 정부는 이를 ‘담배 유사제품’이라고 부른다. 현존하는 담배 이슈들은 일반 궐련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기타형 전자담배, 담뱃잎에서 추출하지 않고 줄기나 뿌리나 실험실에서 만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유사담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통칭한다.

백유진= 궐련형 전자담배의 분류가 궐련과 전자담배 사이에서 애매한데, 우리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가깝다고 본다. 불은 안 피우지만 메커니즘 자체는 궐련과 유사하기 때문에 ‘비연소담배’라고 봐야 한다. 단지 기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전자담배라고 분류하는 것이다.

서홍관= 담배 규정과 관련된 법망에 허점이 있다. ‘담뱃잎’에서 니코틴을 추출한 것만 담배라고 하니까 뿌리나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관리가 안 되고, 담뱃세도 안 낸다. (2003년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담뱃잎에서 니코틴을 추출했기 때문에 세금이 부과된다.) 일각에서는 유사담배제품의 니코틴 액상을 뿌리나 줄기에서 추출했다는 담배회사의 주장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믿고 있다.

Q. 전자담배는 금연보조제가 될 수 있는가

한줄 요약 : 안전성 검사 절차 밟지 않는 전자담배는 의약품이 될 수 없다.

이성규= 금연보조제라 부르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외품으로 관리하는 니코틴 보조제를 말한다. ‘전자식 흡연욕구 저하제’라고 한다. 보조제는 식약처 나름의 조사와 입증된 자료를 통해서 허가 승인을 받아야 하고, 지금까지 승인 받은 제품은 5개 밖에 없다. 전자담배 회사는 ‘우리도 니코틴만 들어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니코틴 외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는 부분이다.

서홍관= 전자담배에 대한 논란 중 하나가 흡연자들이 이것을 덜 해롭다고 믿는 것이다. ‘덜 해로운 것을 택하자’는 담배회사의 마케팅의 영향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의약품으로 관리되는 것은 임상 1,2,3상을 모두 거쳐야 하고, 의약외품으로 관리되는 것도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때문에 니코틴 보조제는 발암물질은 물론 어떤 불순물 없이 순수 니코틴만 들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전자담배는 아무런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백유진= 니코틴 보조제는 의학적, 약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제약회사에서 디자인할 때 니코틴 농도도 중독성을 일으킬 정도로 높지 않게 한다. 그런데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는 중독성을 일으키기 위해 니코틴 농도를 5~6배까지 높인다. 즉, 중독될 수 있도록 디자인이 된 제품인 것이다. 니코틴 패치나 껌은 전혀 중독을 일으키는 기전으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차이가 있다. 

Q. 담배 유형별 유해성은 어떻게 다를까

한줄 요약 : 안전한 담배는 없다. 유발 질환이 암(만성질환)이냐 폐 손상(급성질환)이냐의 차이다.

백유진= 담배에는 담배 자체의 성분과 사용했을 때 배출되는 성분이 있다. 일반담배라면 태울 때, 궐련형 전자담배는 배터리를 사용해서 흡입할 때, 액상형 전자담배도 마찬가지로 배터리를 켰을 때 나오는 배출물이 다르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 구성 성분이 있고, 플라스틱에 불을 붙일 때 배출되는 독소가 다르고, 그리고 그 배출물들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피해가 다르다.

회사에서는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주장을 보통 성분이나 배출물로 입증하려고 한다. 물론 태우지 않는 담배의 발암물질 배출 수치는 (일반담배에 비해) 조금 낮게 나온다. 그래서 발암물질 배출 순서는 일반 궐련,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액상형 전자담배도 배터리 용량이나 액에 따라 발암물질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전자담배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어서 안전하다, 유해하다 설명하기 복잡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담배는 없다는 것이다. 배출물이 적다던가, 유해성분이 적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 성분이 적어도 사용하는 사람이 10배를 사용하면 10배가 더 높아지는 거고, 사용법에 따라 발암물질의 용량, 농도가 변동된다. 사람들은 유해성을 줄이는 만큼 인체의 영향도 기계적으로 비례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 몸은 어느 정도 치명적인 조직에 따라 영향을 받는 비선형관계다. 약간만 사용해도 위험률이 엄청 올라간다.

서홍관= 이번에 식약처가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으로 153종의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비타민 E아세테이트, THC(대마유래성분), 가향물질 3종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문제는 종류 별 원료, 방식이 다 다른데, 여기에 개인이 자꾸 가향성분을 첨가하는 것이다. 이것 자체가 위험하다. 영국에서도 가향성분은 전자담배에 사용하지 못하게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검출된 가향성분도 식약처의 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에 우연히 발견됐던 것이지, 3종 외 다른 가향물질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절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성규= 궐련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는 발생하는 질병이 다르다. 궐련을 피우면 암이 걸려서 만성중증질환으로 이어지고,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면 10대 청소년의 폐가 갑자기 망가진다. 기존 궐련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놀란 거다.

왜 폐가 망가지느냐. 기본적으로 폐는 공기를 마시라고 있는 존재다. 그런데 THC도 기름, 비타민 E아세테이트도 기름, 액상형 전자담배 구성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로필렌글리콜(PG)와 글리세린(VG)도 기름이다. 이런 기름을 폐에 넣는 거다. 기름은 호흡할 때 다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미량이라 게 의미가 없다. 미량이 축적되는 것이고, 사용법에 따라 양도 달라진다. 어쨌든 폐에 기름을 집어넣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궐련과 비교해선 안 된다.

또 영국에서는 가향물질 첨가를 의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디아세틸’이라는 물질 자체가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잘 돼있다.

Q. 영국은 전자담배 권장한다던데…해외 상황은?

한줄 요약 : 전자담배 금지한 국가는 30개국이다.

이성규= 일단 세계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것은 거의 없다. 특히 일본은 전자담배 자체가 금지된 나라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파이프 담배로 분류된다. 우리는 전자기기를 쓰니까 전자담배로 보는 것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쓰는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뉴질랜드도 따라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 영국의 흡연율은 14.6%고, 이제 곧 담배를 퇴출시키려고 한다. ‘토바코 엔드게임(Tobacco Endgame)’ 이 되기 위해선 흡연율이 5%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14.6%의 흡연율을 5%로 내리는 것이 너무 힘든 거다. 영국 담배 한 갑이 2만원이고, 실내 금연구역 모두 지정했고,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원하는 모든 방법을 다 따랐기 때문에 이제 방법이 없다.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고민하는 것이 대체제 지원인 것이다.

뉴질랜드도 2025년 ‘Tobacco Endgame’을 실현하겠다고 정부가 선언했다. 뉴질랜드의 현재 흡연율은 13.5%이다. 최근에 뉴질랜드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왜 영국처럼 가냐고 물었는데, 그 관계자가 말하긴 “흡연율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했다. 참고로 뉴질랜드는 담배 한 갑에 3만5000원이다.

전자담배 금지국가는 30개국이다. 이렇게 많은 국가가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안 보고, 영국의 케이스만 가지고 전자담배 규제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국가적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국조차도 언제 입장이 바뀔지 모르고,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도 분분하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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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