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에도 정신과 안가는 이유

'코로나 블루'에도 정신과 안가는 이유

'입시⋅취업 불이익' 우려...불안 해소 역부족

기사승인 2021-06-05 04:49:02 업데이트 2021-06-08 13:20:52
픽사베이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정신과는 잘 모르고, 두렵고 위험한 곳이며, 진입하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한 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박지은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4일‘사람들은 왜 정신과에 가지 않을까’를 주제로 개최한  대국민 특별기획 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사회 전반적인 불안 수준이 높아졌음도 정신과 치료는 여전히 개인의 의지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은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우울 위험군 비중은 2018년 3.8%에서 지난해 17.5~22.1%로 늘었고, 올해 3월 22.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생각 비율도 2018년 4.7%에서 올해 16.3%로 급증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저조한 실정이다. 국내 정신질환 진단 환자들이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22.2%로 일본(20%)보다는 조금 높지만 캐나다 46.5%, 미국 43.1%, 호주 32.9% 등의 국가와는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19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 결과에서도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 중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자는 22%에 그쳤다.

온라인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분석, 정신과 진입장벽.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의대 정신의학과 연구팀이 '온라인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통해 정신건강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정신과 치료를 막는 대표적인 진입장벽에서는 '제도적 불이익'과 '사회적인식' 각각 34%, 2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정신과 진료기록'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고,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정신과 약에 대한 우려도 확인됐다.

박 교수는 "정신과 기록이 남으면 보험가입이 제한되거나 대학입시, 취업 등에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 비보험으로 진료를 받는다는 경우도 적지 않게 확인됐다. 또 정신과 치료는 정신병이라는 인식과 사회적 편견으로 정작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도 참다가 병을 키우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과 약을 복용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과 장기복용 시 내성이나 약물 의존도가 높아질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혈압약에 대한 부정적 감성 비중은 32.6%였던 반면, 정신과약의 부정적 감성비중은 55.5%나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10대 청소년과 취업준비생에서는 '제도적 불이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대학', '취업','보험가입' 등에서 정신과 진료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이다. 

박 교수는 "일부 직업군의 취업결격조항에 정신질환이 포함돼 있어 예외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고, 또 환자 입장에서는 전국민 국가건강보험과 연관지어서 사실이 아닐지라도 국가에서 나의 진료기록을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진료실에서 정신과 진료기록은 민감정보로 보호된다는 것을 강조해도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신과 진료기록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로 분류돼 법적 보호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법령에서 정한 특수상황이나 본인의 동의없이 제3자가 열람하거나 처리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된다. 자신의 진료기록을 확인하고자 해도 단계를 거쳐 보호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채용, 임용, 승진, 대학진학 등의 이유로 제3자에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부에 남아있는 암묵적 차별 사례가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신과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인한 오해와 차별에 대한 불안이 자리잡고 있고, 이는 정신과 진료기록 보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낳는 결과로 작용했다. 나아가 이 문제의 근간에는 법과 제도상에 실재하는 차별일 것"이라며 "국가기관은 보다 적극적으로 진료정보가 보호가 되고 있음을 알려야 하고, 정신과와 관련한 제도적, 사회적 차별조항을 폐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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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