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서 잇단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 ‘유명무실’

어린이집서 잇단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 ‘유명무실’

피해부모 요청해야 전담공무원·아동보호기관 담당자 출동
수사기간 길어지는 동안 치료 지원 못 받아

기사승인 2022-08-05 16:37:06 업데이트 2022-08-05 16:37:09
5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김은빈 기자

아동학대 피해 지원체계는 유명무실했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관련 법‧제도가 강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파주어린이집 아동학대피해자가족연대는 5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토론회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연대는 파주 관내 2019년 6월 A 어린이집, 2021년 6월 B 어린이집, 2021년12월~2022년6월 C 어린이집 학대 사건 피해 아동 부모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대응 및 매뉴얼’은 유명무실했다. 아동학대 신고 시 경찰과 시청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동시에 현장출동 하도록 명시돼 있으나 전담공무원 및 아동보호기관 담당자가 피해부모의 출동 요청 끝에 늦게 출동하는 등으로 사건 조사가 지연됐다. 게다가 아동학대 전담부서는 ‘여성가족과’임에도 어린이집 관리 감독 부서인 ‘보육청소년과’가 조사‧지원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돌아갔다. 수사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치료지원을 받지 못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사건 이후 피해 아동들을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없어 등원 자체를 포기한 부모들도 있었다. 자택 근처 어린이집은 원장의 직‧간접적인 거부의사로 다닐 수 없었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집에서 먼 거리의 어린이집을 다녀야 했다. 

피해학부모들은 “당해보지 못하면 모른다. 피해부모들은 너무 힘든 시간을 버티며 외로운 싸움을 많이 한다”며 2‧3차 피해를 겪는 현실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파주시갑 당협위원장인 신보라 전 의원은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매뉴얼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피해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아동학대 판정 기준 등 정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라 전 의원은 “매뉴얼만 존재할 뿐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는 아동학대 관리감독의 주체여야 할 지자체가 아동학대 조사를 기피하고 피해아동의 치유 지원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행정처분조차 미루며 사건 은폐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복지부가 전반적인 지자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관리감독 실태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동학대 피해자의 회복지원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학대 피해자 70% 이상이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미국에선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지원하는 센터를 세워서 전문성을 갖고 체계적인 치료가 이뤄진다. 한국에서도 아동폭력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해 촘촘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입법적 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스스로 피해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억울함을 밝혀내고 돕는 것은 결국 어른의 몫이자 국가적 책임”이라며 “현장과 법제도 사이의 간극을 메워 아이들이 더 건강히 커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국민적인 사회적 노력에도 아동학대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안타깝다. 학대 행위는 불안과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에서도 아이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아동학대방지는 굉장히 중요한 입법적 아젠다로, 예산 대폭확대를 비롯해 모든 입법적 지원에 있어 아끼지 않는 우리당의 대표적 아젠다로 챙길 것”이라며 “앞으로 국가가 보호 확대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지원하는 데 있어 정책위가 앞장서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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