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의원급 의료기관도 ‘비급여 진료내역’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 보고 의무화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비급여 보고 의무를 담은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및 제2항 등이 합헌이라고 보고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을 기각했다. 특히 비급여 보고 고시에 관해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찬성했다.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비급여 진료내역을 보고하도록 법안을 개정하자, 의료계가 이에 반발하며 청구한 헌법소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12월, 의원급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내역 보고를 의무화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했다. 소비자의 합리적 비급여 이용 지원, 비급여 적정 관리,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려는 목적이라며 반대했다.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양심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복지부가 해당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으나, 의료계는 헌재 판결 이후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버텼다.
헌재는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을 통해 “설명의무조항은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환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비급여 항목과 비용을 알아야만 지불능력, 비용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해당 진료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자가 지정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도 설명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의 설명의무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따라서 설명의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반대표를 낸 재판관들은 “비급여 진료 정보는 매우 민감한 의료 정보로서 환자가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숨기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하기 때문에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며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국민의 비급여 진료 정보 일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환자에게 자신의 의료정보 제공을 거부할 권리조차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합헌 판결에 따라 법안이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비급여 항목을 지목하며,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제도 개선을 위한 밑작업도 마쳤다.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및 공개 업무 위탁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비급여 관리실을 신설하고 보고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에 따라 비급여 보고가 의무화될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비급여 항목은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로 만들어진 시장 영역”이라며 “비급여 보고를 하게 되면 의료기관이 저가경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서비스가 하향평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