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회사의 영업사원이 대리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불거졌다. 대리수술 근절책으로 CCTV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실질적 대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 소재 관절·척추 병원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을 집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이 공익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영상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하며, 해당 영상에는 영업사원이 대리수술 등 의료행위를 한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대리수술은 수술청약상 의료행위를 제공하기로 돼 있는 집도의 이외의 다른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거나, 간호사, 간호조무사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수술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2014년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849회나 대리 수술한 사례를 비롯해 2016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잇따라 간호조무사,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의료기기 영업사원 경우 의사가 수술 기기를 사용할 때 직접 참관해 불편한 사항이 없는 지, 돌발적인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확인하고 검토해야하는 의무가 있는데, 일부 의사들이 이를 악용해 대리 수술을 하게끔 유도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수술용 의료기기 기업에 다니는 영업 과장 A씨는 “기업은 실상 ‘을’이나 다름없는데 회사 측면에서 ‘의사가 요구해도 하지 말아라’라고 말할 순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대리수술을 했던 영업사원들은 법적인 책임을 피해갈 수 없고, 이는 회사 측에도 피해가 크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같은 영업직끼리는 기업들이 합심해서 대리수술을 요구하는 병원을 처단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은 이윤집단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실상 의사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안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리수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실질적인 대책안으로 보기엔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법안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이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오는 9월25일부터 수술실이 있는 모든 병원에 적용된다.
의료 로봇 기업 관계자 B씨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진행된다면 대리 수술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지만 완벽히 끊어낼 순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공의 수련 저해 우려, 통신장애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있을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이 있다. 의무적으로 설치를 해도 찍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을 먼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병원(의사)은 물론이고 업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인다면 자체적으로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 C씨는 “물론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면 긍정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내부적 자정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CCTV가 있어도 대리수술을 잡아낼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 하지 않으려고 하는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의료계가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또 CCTV 설치 의무화에 앞서 의료인 외 의료기기 업계 종사자의 수술방 참관에 대해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덜 수 있도록 홍보도 필요하다. 국민 대다수는 의료진만 수술방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최선의 치료를 위해 업계 참여가 어느정도 필요한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술방에 참관하는 의료기기 업계 종사자에 대한 명확한 자격과 업무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의료기기 종사자가 수술방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요건과 교육·인증을 하고 있다. 다만 직접적인 환자·인체에 접촉 및 관여할 수 없다”며 “국내는 회사 내 교육과정을 들으면 참관이 가능하다. 일부 업체에서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든 업체에서 적용하긴 부담이 크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의학회와 정부, 산업협회 등이 대리수술과 같은 사안에 대해 적극 논의해야 한다. 외국의 제도와 비교해 국내 형편에 맞는 제도와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감시체계, 직업적(의사/병원 및 업계종사자) 윤리강화와 같은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리수술은 기존 법 체계로 감시 및 대처하고 있는 사안으로, 경찰청과 협의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안”이라면서 “다만 촬영 거부 관련 조항으로 빈틈이 발생하는 부분은 인정한다. 수술방 출입기준, 의료진 법적 책임 강화 등도 고려하고 있지만 당장 명확하게 말씀 드릴 순 없다. 법안이 시행되는 오는 9월까지 계속해서 논의하고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