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을 찾는 과정에서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출생통보제 법제화 이후에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위기 임신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출생 미신고 아동의 부모 상당수는 아이들을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기준 서울경찰청이 조사 중인 유령 아동 사건 38건 중 24건은 베이비박스 유기 사건이다.
베이비박스에는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주로 맡겨진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아이의 친생부모는 10대, 강간에 의한 임신, 혼외자, 외국인 불법체류자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임신부가 대부분이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상담을 해보면 대개 위기 임신부이다”라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생통보제가 내년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메우기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만 국회 문턱을 넘자,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을 하고 아이를 유기하는 부작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거론된다. 미혼모나 미성년자 임신부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고 출산해도 정부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양 국장은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신부의 안전한 출산을 지원하는 법”이라며 “출생통보제만 도입된다면 병원 밖 출산이 늘고, 이 경우 산모도 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령 아동이 탄생하게 된 구조적인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이번 영유아 범죄 가해자 대부분이 위기 임신부 및 저소득 가정이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아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를 해보니 입양기관에서 아동보호전담요원이 상담을 진행한 결과 5명 중 4명은 양육을 선택했다. 어떻게 상담하고 안내하는지, 얼마나 지원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익명 출산을 장려하기 보다 위기 임신부에 대한 공적 지원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 교수는 “미혼모들은 주변에서 ‘이기적이다, 베이비박스에 놓고 와라’ 같은 비난을 듣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미혼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하다”며 “이들이 안전하게 임신·출산·양육을 할 수 있도록 용기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