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혁안에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가령 보험료율을 5%p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40·50대는 5년 만에 매년 1% 올리고, 20·30대는 20년에 걸쳐 0.25%p를 올리거나 15년에 걸쳐 0.33%p 올리는 식이다.
보험료율 인상 시 중장년보다 ‘더 내고 덜 받게 되는’ 청년층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다.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1988년 제도를 도입할 때 70%였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을 통해 2008년 50%로 떨어졌고, 이후 매년 0.5% 낮아져 올해 42.5%가 됐다.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쉽게 말해 소득대체율 70%는 월 평균 100만원 소득인 사람이 40년을 가입하면 7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2028년엔 이 금액이 40만원까지 낮아진다. 소득대체율이 높은 시기에 오래 가입한 중년층 혜택이 더 큰 셈이다.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 적용한다면 이같은 세대별 불평등이 다소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구상이다. 다만 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차등을 둔 전례는 해외에도 없다. 전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성과와 부작용 등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견이 어려운 탓에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이번 개혁안은 부담 측면에서만 보면 중장년층에게 차별이라고 얘기할 순 있다”면서도 “다만 연금제도를 통해 입은 혜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세대간 형평성을 도모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연금개혁에 대한 청년층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이번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청년세대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선배 연령대가 좀더 책임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청년층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의견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청년층 사이에서 ‘왜 우리에게만 고통을 강요하냐’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득대체율 차등 적용은 미래세대의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별, 계층 등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연령그룹별로 차등을 둔다면 세대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출신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안대로라면 경력단절로 인한 50대 비정규직에 보험료를 더 많이 걷겠다는 것”이라며 “연령대별로 차등화하는 것이 사회보험 취지에 맞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자칫하면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도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재정조달에 있어 사회연대의 원칙이나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같은 연금개혁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윤순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지난 27일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세대 간 다양한 이해관계가 다뤄질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하나의 예시를 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