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을 저지하기 위해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린 당사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다시 확인됐다.
이상현 전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1공수여단장(예비역 준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관련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전 여단장은 지난 5차 공판에서도 곽종근 당시 특전사령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도끼로라도 문을 부숴서 들어가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반대신문에서 이 전 여단장이 과거 언론 인터뷰나 수사기관 진술에서 ‘대통령’ 대신 ‘상부’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을 지적하며 “직접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맞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여단장은 “분명히 대통령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곽 사령관이 상부와 화상회의를 한 뒤, 누가 지시했냐고 묻자 ‘대통령’이라고 답했다”고 부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곽 사령관이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진술도 있다”고 했지만 이 전 여단장은 “도끼든 뭐든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말은 대통령 지시라고 곽 사령관에게 직접 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시 직후 차량에 있던 장병들도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들었고, 대대장에게도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지시를 대통령 명령이라 말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언론 인터뷰에서 ‘상부’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형사 처벌을 피하려 진술을 바꾼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전 여단장은 당시의 심경을 언급하며 “부하들이 처벌받는다면 차라리 내가 죽겠다고 다짐했다. 죽음보다도 못한 처벌을 받더라도 거짓말할 생각으로 군 생활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 전 사령관을 통해 이 전 여단장에게 병력 출동을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시도를 차단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군에 법적 의무가 없는 행위를 지시해 직권을 남용하고, 국회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번 재판은 지난 3일 대선 이후 처음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관련 공판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며 내란 및 직권남용 사건 공판에서 대선 결과 및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 특검 출범과 관련한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