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는 하나, 규제는 여러 개…“법 체계 정비 시급” 목소리

의료데이터는 하나, 규제는 여러 개…“법 체계 정비 시급” 목소리

사법리스크에 병원·기업 소극적 태도 보여
복지부 “올해 말까지 법안 통과 위해 노력할 것”

기사승인 2026-04-27 14:09:58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전한 의료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과 활용 혁신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찬종 기자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계의 인공지능(AI) 전환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기술 발전의 핵심 자원인 의료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전한 의료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과 활용 혁신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영상검사 판독, 의무기록 작성, 진료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도입이 확대되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한 단계 고도화해 진료 효율과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의료데이터는 민감정보에 해당해 개인정보 보호, 활용 범위, 책임 주체 등을 둘러싼 법적 쟁점이 많아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선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법제도 설계 및 주요 쟁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행 제도의 복잡성을 짚었다.
김재선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찬종 기자

현재 의료데이터는 단일 소관 법률 없이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여러 법률에서 각각 다뤄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법률이 아닌 행정지침에 머물러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을 개발·적용하려는 기업과 병원들은 어떤 법률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자칫 법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병원과 기업 입장에서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도 어떤 법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법적 책임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활용 필요성은 크지만 현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정리한 법률 체계가 마련돼야 의료기관과 기업도 예측 가능성을 갖고 연구개발과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안전한 활용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확보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데이터 관련 법적 쟁점 가운데 가장 큰 부분으로는 정보 주체의 동의 문제가 꼽힌다. 현행 제도는 건강정보가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환자의 사전 동의를 핵심 원칙으로 두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구조가 데이터 활용 범위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공익적 연구와 산업 활용을 병행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 교수는 “의료데이터는 민감정보인 만큼 정보 주체의 권리 보호가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도 “현행 제도가 사전 동의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연구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데이터 활용이 지나치게 제한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주요국처럼 공익적 목적의 연구, 안전장치가 갖춰진 활용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동의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데이터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경일 과장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데이터 관련 법안 논의는 10년 이상 이어졌지만 법안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 논의 중이며 정부 국정과제인 만큼 올해 말까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는 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활용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