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암정보센터가 지난 2024년에 발표한 암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중 21.8%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고령 환자는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암 자체보다 항암치료를 더 두려워해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와 보호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신아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폐암을 처음 진단받는 환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져 70~80대 환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여전히 고령 환자와 보호자들 중에서는 항암치료로 인한 건강 악화를 우려해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 과정에 대한 우려는 과거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탈모와 심한 구토, 극심한 피로감 등 강한 부작용이 항암치료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으면서 치료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환자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EGFR 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에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어 기존의 항암치료보다 부작용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신 교수는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부작용 양상과 정도가 다르고 상대적으로 치료 지속성이 높다”며 “특히 고령 환자와 전신 상태가 저하된 환자에게는 치료 효과뿐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의료진은 실제 고령 환자의 진료에서 연령 자체보다 환자의 전신 상태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같은 연령이라도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나 기저질환 여부, 장기 기능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에도 건강 상태는 모두 다르다”며 “환자의 연령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심장과 신장 기능, 기저질환, 활동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가장 적합한 치료를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는 실제 환자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지속적인 체중 감소와 팔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약 40년간의 흡연 병력을 보유했다. 해당 환자는 정밀검사 결과 EGFR 엑손 19 결손(Ex19del) 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4기(B)로 진단됐다. 진단 당시 암은 양측 폐를 비롯해 간, 다발성 뼈, 뇌,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전이된 상태였다.
신 교수는 EGFR 변이가 확인된 뒤 환자의 연령과 전신 상태, 광범위한 전이 양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EGFR 표적항암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을 1차 치료로 선택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골전이에 따른 통증 완화를 위한 방사선치료도 함께 시행했다.
표적항암제 치료가 시작된 후에는 흉부 X-ray(엑스레이) 검사에서 폐 병변이 빠르게 감소하는 양상이 확인됐고, 골전이로 인한 팔다리 통증도 호전됐다. 이후 시행한 추적 검사에서도 질환은 안정적으로 조절됐고 현재까지 렉라자 단독요법을 지속하고 있다.
신 교수는 해당 환자의 사례를 들며 “과거에는 4기 폐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아도 오래 살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렉라자와 같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부작용 부담도 적어 고령 환자들도 항암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표적항암제를 비롯한 다양한 신약 개발과 임상 연구도 함께 진행되면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과 삶의 질도 과거보다 크게 향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고령은 치료 포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환자별 특성에 맞춘 치료 접근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교수는 “폐암 치료는 이제 단순히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질환을 장기간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도 매우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는다면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고려한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며 “연령만을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 가능성을 살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