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기억력 걱정될 때, ‘건망증’과 ‘치매’ 먼저 구분해야 [‘뇌(腦)피셜’ 말고 팩트]

부모님 기억력 걱정될 때, ‘건망증’과 ‘치매’ 먼저 구분해야 [‘뇌(腦)피셜’ 말고 팩트]

한현정 대한신경과의사회 미래기획위원장 (일산브레인신경과의원 원장)

기사승인 2026-07-06 14:09:18 업데이트 2026-07-06 15:06:16
한현정 대한신경과의사회 미래기획위원장 (일산브레인신경과의원 원장)
한현정 대한신경과의사회 미래기획위원장 (일산브레인신경과의원 원장)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부모님을 보면 가족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며 넘기거나,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깜빡하는 증상에도 단계가 있다. 그 단계를 가려내는 일이 검사보다 먼저다.

깜빡함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건망증은 기억을 떠올리는 속도가 느려진 상태로, 약속을 깜빡해도 누군가 일러주면 곧 떠올린다. 반면 치매는 뇌질환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상태로, 사건 자체를 잊어 단서를 줘도 떠올리지 못한다. 그 사이에 놓인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저하가 검사로 확인될 만큼 뚜렷하지만 일상생활은 유지되는 단계다. 핵심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느냐다.

이 단계들은 생각보다 흔하다. 보건복지부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다. 고령화가 빠른 우리 사회에서 이 숫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이는 깜빡함을 가벼이 넘기기 어려운 이유인 동시에, 막연한 불안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증상이 정상적인 노화 수준인지, 그 이상의 단계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의 병원이 위치한 고양시의 특성상 노인 환자가 많은 편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는 친구나 지인의 “나도 그래, 나이 먹으면 다 그래”라는 말을 듣고, 본인도 그런 줄로만 여겨 무심코 지내다가 진단 시기를 놓친 안타까운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반면 의미 있는 기억력 저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뚜렷해진다. 그러나 바쁜 일상이 이어지거나 매일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러한 미세한 초기 신호를 놓치기 쉽다.

인지장애의 감별진단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지저하의 원인이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우울증처럼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는 질환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깜빡함이라도 기저질환이나 발생 기전에 따라 대응 방법은 전혀 달라진다. 인지장애의 정확한 단계를 확인하고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혈관성 병변 등을 감별하는 과정은 적절한 치료 전략을 세우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치매 가운데 유병률이 가장 높은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뇌에 축적되지만, 일정한 역치 이상 쌓여야 신경세포 손상이 뚜렷해지고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이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 영역별 축적량은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amyloid-PET)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검사는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해 뇌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부검 결과와 비교한 연구에서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90% 안팎으로 보고됐다.

현재 아밀로이드 PET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조기진단과 치매 신약인 면역주사제 치료를 위한 필수 검사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아직 비급여 항목이어서 비용 부담이 큰 만큼,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먼저 치매와 인지장애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충분한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