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21일 광주광역시와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에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실시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한정된 응급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응급환자의 병원 선정과 이송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시범사업 지역에선 구급대와 시·도 구급상황관리센터, 응급의료기관이 환자 정보와 병상 수용 가능 여부를 신속히 공유할 수 있도록 기존 이송지침을 개편했다. 지역 내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환자는 광역상황실이 전국 단위로 이송병원을 찾거나, 최초 이송병원과 최종 치료병원을 함께 선정하도록 했다. 필요할 경우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광주 ‘최종 이송팀’ 운영…이송 지연 27건 공동 대응
광주시는 6개 응급의료기관 당직의사와 구급대, 광역상황실이 이송 지연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중증응급환자 이송병원 결정 위원회’를 운영했다. 위원회는 시범사업 기간 발생한 이송 지연 사례 27건에 공동 대응했다. 실제 약물 중독 환자의 이송이 지연된 사례에선 인근 병원이 환자를 우선 수용하고, 조선대병원이 응급실 과밀이 해소되는 즉시 환자를 전원받기로 협의해 이송 지연을 해소했다.
전북은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활용해 구급대와 병원 간 환자 정보 공유와 수용 문의 절차를 단축했다. 시스템을 이용한 병원 선정 시간은 평균 8분40초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분15초, 27.3% 줄었다.
전남은 광주지역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광역상황실 지원 요청을 활성화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의료자원을 보완했다. 광역상황실의 병원 선정 지원 건수는 지난해 월평균 5건에서 시범사업 기간 월평균 41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병원 간 전원 조정은 월평균 113건에서 94건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환자가 처음부터 적정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가 늘면서 불필요한 전원이 줄어든 결과로 분석했다. 구급대는 환자를 병원에 이송한 뒤 의료진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응급실 입구에서 대기하며 전원을 지원했다. 시범사업 기간 구급대가 수행한 전원 지원은 모두 45건이다.
광주·전북 현장체류 시간 감소…광역상황실 처리도 빨라져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뒤 병원으로 출발하기까지 걸리는 ‘현장체류 시간’은 광주와 전북에서 감소했다. 중증환자인 pre-KTAS(병원 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1·2등급을 기준으로 광주의 평균 현장체류 시간은 16분6초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분24초 줄었다. 전북은 12분54초로 24초 단축됐다. 전남은 13분으로 18초 늘었지만, 지역 여건이 유사한 시범사업 미실시 지역과 비교하면 짧은 수준이었다.

응급의료기관별 환자 분산 효과도 나타났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환자 수용 인원은 지난해 하루 평균 35.6명에서 지난 5월 47.8명으로 늘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경증환자 수용 인원도 하루 평균 79.1명에서 86.8명으로 증가했다.
중증환자의 하루 평균 사망자는 지난해 8.3명에서 올해 5월 7.1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입원환자는 하루 평균 39.4명에서 43.6명으로 늘었다. 다만 이번 분석은 3개 지역에서 3개월간 진행한 시범사업 결과인 만큼, 정부는 전국 확대 이후에도 지역별 운영 성과와 환자 진료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기간 ‘응급실 미수용’ 없어…강제 지정도 0건
시범사업 기간 응급실 미수용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우선 수용병원 강제 지정 사례도 없었다. 정부는 강제 조치에 이르기 전 구급대와 구급상황관리센터, 의료진, 광역상황실이 적극적으로 협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복지부와 소방청은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시·도가 지역별 의료자원과 이송 여건을 반영한 이송지침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편된 지침은 오는 9월까지 전국 현장에 적용된다.
정부는 병원 전 단계의 이송체계 개편과 함께 병원의 중증응급환자 수용 역량도 강화한다. 복지부는 지난 6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지정 기준에 중증응급질환 진료기능을 포함했다.
올해 실시되는 응급의료기관 재지정 평가에선 인력과 시설, 장비뿐 아니라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최종 치료역량도 평가한다. 새로 지정되는 응급의료기관의 운영 기간은 오는 11월부터 2029년 10월까지다. 현재 44곳인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최대 60여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센터 44곳과 신규 신청기관 37곳 등 모두 81곳이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정부는 서울·인천, 경기·강원, 대전·충청, 광주·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6개 광역권을 기준으로 중증응급질환 최종치료율과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률, 의료기관별 치료역량 등을 평가해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응급·분만 의료진 배상보험 지원 확대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5월 공포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필수의료 배상보험료 지원 대상도 신생아와 응급 분야로 확대한다. 모자의료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전담전문의가 지원 대상이다. 전문의 배상한도는 17억원 수준으로 설계하고 있으며, 국가는 전문의 1명당 보험료 약 175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골든타임 안에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며 “지역에서 해법을 찾고 사명감으로 참여한 광주·전라지역 의료진과 구급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구급대와 구급상황관리센터, 의료기관, 광역상황실이 지역 여건에 맞는 이송체계를 함께 점검하고 현장 작동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국 확대에 맞춰 지역별 이송지침을 재정비하고 응급환자가 적정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되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